이 기사는 04월 15일 17: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계열사 삼성SDS의 전략적 파트너십 상대로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낙점했다. PEF에 보수적인 기조를 장기간 유지해 온 삼성이 처음으로 PEF를 상대로 문호를 개방했다는 의미가 있다. 삼성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자문 없이 자체 역량으로 1조원 넘는 ‘빅 딜’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삼성SDS는 KKR을 상대로 1조2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KKR은 투자 목적의 특수목적법인(SPC) ‘스타테크AI(Startech AI)’를 통해 CB를 전액 인수한다. KKR이 CB의 전환권을 행사하면 삼성SDS의 지분 8.06%를 보유하게 된다. KKR은 추후 삼성SDS의 인수합병(M&A)과 자본 활용, 성장 기회 발굴 등에서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딜은 국내외 자본과의 ‘동맹’에 보수적이었던 삼성그룹이 처음으로 PEF와 장기적인 제휴를 체결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삼성을 제외한 SK, 현대차, LG, 롯데 등은 지배구조 또는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거래 상대방으로 PEF를 빈번하게 활용했다. 최근 사례만 봐도 SK그룹은 리밸런싱(재조정) 파트너로 국내 PEF 한앤컴퍼니와 다수의 거래를 단행했고, LG도 자산 매각 상대방으로 글랜우드PE(LG화학 수처리 사업부), 맥쿼리PE(LG CNS 소수 지분) 등을 낙점한 바 있다. 상대적으로 거래가 뜸한 현대차그룹도 현대글로비스 소수지분 매각(칼라일), 현대위아 공작기계사업부 매각(릴슨PE), 이노션 소수지분 매각(모건스탠리PE) 등 국내외 자본과 손잡은 이력이 있다.
반면 삼성그룹은 PEF에 문호를 개방한 적이 사실상 전무했다. 비단 계열사 소수지분 매각이나 PEF를 통한 구조조정뿐 아니라 M&A와 회사채 발행 등 자본시장 전반과 오랫동안 거리를 뒀다. 10여년 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할 때도 ‘빅 딜’의 상대방은 한화·롯데 등 대기업이었다. PEF업계에선 ‘삼성이 PEF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푸념까지 나왔다. 그만큼 이번 딜은 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이변’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PEF와의 협업 경험이 없는데도 삼성은 이번 거래 과정에서 해외 IB를 자문사로 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평상시에도 대형 로펌보다 그룹 자체 법무실 변호사들의 역량을 신뢰하는 삼성의 특성이 묻어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삼성그룹 딜은 수수료도 박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삼성이라는 네임밸류의 트랙레코드가 주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수임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SDS와 KKR의 깜짝 발표 이후 IB업계에선 드물게 나타나는 ‘삼성발(發) 빅 딜’을 놓친 데 대한 아쉬움도 감지된다.
인수 측이었던 KKR 자문은 글로벌 IB 모건스탠리가 맡았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유럽 PEF EQT파트너스의 더존비즈온 인수, 한앤컴퍼니의 SK해운 유조선 사업부 매각 등 대형 PEF 거래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PEF들의 잇단 선택을 받으며 신뢰를 받고 있다는 평가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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