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급 와인 시장이 커질수록 소비자 선택은 오히려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실패 비용도 커지는 만큼 처음 듣는 이름에 돈을 쓰기보다 오랜 시간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고르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얘기다.
이러한 흐름에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명가 루이자도는 '200년 역사'를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은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낯선 마을 이름과 복잡한 밭 구분도 그렇지만 같은 지역·같은 품종이어도 맛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WSA와인아카데미에서 만난 엘리 페레스 루이자도 수출 담당 이사는 "부르고뉴 와인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루이자도는 200년 역사를 이어온 하우스라는 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자도는 200년 전인 1826년 부르고뉴 포도밭인 유르슐을 확보, 1859년부터 와인 사업을 본격화하며 현재까지 지역급(레지오날)부터 그랑 크뤼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첫 포도밭을 기준으로 200년 역사를 써온 셈이다.
이러한 역사성은 단순한 브랜드 스토리에 그치지 않는다. 고급 와인 시장으로 갈수록 소비자는 더 신중해지고, 낯선 이름보다는 오랜 시간 시장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고를 것이란 게 루이자도의 판단이다.

페레스 이사는 "아시아 시장이 성숙 단계에 들어서면서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세를 보이진 않지만, 수출액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루이자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 성장했다. 고급 주류 소비가 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했다.
이어 "비싼 고급 와인을 사는데 처음 보는 와인을 고른다는 것은 소비자에겐 모험에 가깝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한국 소비자들은 검증된 브랜드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했다. 루이자도의 200년 역사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줄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브랜드의 연속성도 루이자도의 강점으로 꼽힌다. 1980년대 미국 코프 가문에 회사를 넘긴 뒤에도 현지 가제 가문이 3대에 이어 양조와 경영 철학을 지켜가면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했다. 술의 신 '바쿠스'로 대표되는 라벨 디자인이 오랜 기간 유지된 것도 이런 지속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부 대형 메종이 저가 라인을 줄이는 것과 달리 루이자도는 레지오날부터 빌라주, 프리미에 크뤼, 그랑 크뤼까지 부르고뉴 전 등급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부르고뉴 전역의 밭과 스타일을 아우르는 구조를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이런 특성은 대형 유통망을 갖춘 신세계와의 협업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페레스 이사는 "루이자도는 부르고뉴 전역을 아우를 수 있는 대표 브랜드"라며 "마트, 전문점 등 와인 접점이 큰 수입사와 협력하는 것은 한국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루이자도는 부르고뉴 와인을 지나치게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레드는 피노누아, 화이트는 샤르도네가 기본이어서 품종 체계 자체는 단순한 편이다. 이후에는 복잡한 명칭보다 밭에 따라 달라지는 맛의 차이에 집중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페레스 이사는 이날 본 지역 프리미에 크뤼 레드 2종과 화이트 1종,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1종을 제시하며 같은 품종, 같은 등급이어도 밭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점을 설명했다. 실제 △루이자도 본 프르미에 크뤼 끌로 데 유르슐 모노폴 2022 △루이자도 본 프르미에 크뤼 퇴롱 2022은 같은 해에 같은 지역에서 수확한 피노 누아를 같은 방식으로 양조했지만 각각의 개성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페레스 이사는 "퇴롱과 유르슐은 포도 품종과 양조 방법이 동일하지만 맛이 다르다. 걸어서 5분 거리인 밭이 그 차이를 만든다"며 "부르고뉴 와인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같은 품종이어도 밭마다 달라지는 맛을 즐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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