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낙농업계가 도입 4년 차를 맞은 ‘용도별 차등가격제’ 운영과 관련해 제도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생산 현장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국산 우유 자급률 하락과 생산 기반 약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해당 제도가 국산 원유 활용 확대와 자급률 제고, 농가 소득 안정을 목표로 도입됐으나, 운영 과정에서 일부 전제가 충분히 이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자유무역협정(FTA) 체제 이후 수입 유제품 물량은 증가한 반면, 국산 우유 자급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도가 생산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낙농 생산 기반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도 설계 당시 제시된 가공용 원유 물량 확대, 예산 확보, 유업체 참여 등의 조건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협회는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일정 수준의 생산량 조정과 소득 감소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용 측면의 부담도 제기됐다. 사료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생산비가 증가했지만, 원유 가격 반영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제도 시행 이후 생산비 증가분 대비 가격 반영 비율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비용 측면의 압박도 더해지고 있다. 사료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생산비가 크게 증가했지만, 원유 가격 반영 수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협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생산비는 ℓ당 175원 상승했으나, 원유 가격에는 이 중 약 88원만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육 규모가 작은 소규모 농가(50두 미만)의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농가의 경우 생산비 증가액이 ℓ당 232원에 달하지만, 가격 보전율은 38% 수준에 머물러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농가부터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경영 악화는 지표로도 드러나고 있다. 2024년 기준 젖소 두당 차입자본액은 2021년 대비 36.6% 증가했으며, 차입금 이자 또한 66.1% 급증했다. 그 결과 최근 5년간(2021~2025년) 전국 낙농가의 12.2%가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개별 농가의 도산을 넘어 국가 식량안보의 위기로 보고 있다.
가격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협회는 우유 소비자가격이 원유 가격 외에도 유통·가공 비용 등 복합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라는 점을 언급했다. 국내 우유 유통마진율은 35% 수준으로, 일본(17%)의 2배, 미국(9%)의 약 4배에 달한다. 특히 일본은 원유가격(음용유용)이 한국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유통마진을 통해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한국보다 낮게 유지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제과·제빵 및 외식업 분야에서 수입 유제품 사용이 확대되면서 국산 원유 활용 비중이 제한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협회는 제도 보완 방안으로 가공용 원유 물량 확대를 위한 예산 확보 및 농가 소득 안전망 구축, 유업체 제도 이행 관리체계 정비, 고령·소규모 농가 대상 폐업 보상 등 출구전략 마련, 우유 유통마진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협회는 “낙농 생산 기반 유지라는 공익적 목적을 고려할 때 제도의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하다”며 “생산 기반 약화가 이어질 경우 자급률 하락을 넘어 식량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배경민 한경닷컴 기자 bk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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