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들 사이에선 ‘저녁 일이 있는 삶’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본업에 더해 부업을 한 임금근로자는 약 37만9000명이었다. 부업을 하고 있는 전체 임금근로자 40만3000명 가운데 약 94.2%가 중소기업 소속이었다. 전체 중소기업 임금근로자(300인 미만 사업장) 1898만 명의 2% 수준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첫해인 2020년(27만7000명)에 비해 5년 만에 37.1%(10만2000명) 늘어난 수치다.
부업의 ‘큰손’은 50세 이상 장년층으로 조사됐다. 고령층일수록 본업 외에 부업을 통한 추가적 벌이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중소기업 부업자 가운데 50세 이상은 20만4000명으로 53.7%를 차지했다. 대기업에선 같은 비중이 43.6%로 10.1%포인트 낮았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장년층을 부업시장으로 내몬 것은 코로나19였다. 특히 작은 회사에 다니는 장년층의 타격이 컸다.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한 2020년 14만9000명 수준이던 50세 이상 중소기업 부업자는 지난해 20만4000명으로 불어났다. 4인 이하 사업장의 50세 이상 부업자 비중은 60.4%로 집계됐다. 5~29인 사업장이 52.7%, 30~299인 사업장이 47.7%로 뒤를 이었다.
부업은 저학력·저숙련 노동의 보조 수단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 노동시장 전반으로 확산한 것이다. 중소기업 부업자 중 대졸 이상은 지난해 14만5013명으로 전체 중기 부업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38.2%)을 나타냈다. 30~299인 사업장 기준으로는 대졸 이상 비중이 51.5%로 절반을 넘었다.
회사 규모별로 보면 작은 회사일수록 부업자가 많았다. 임금근로자 대비 부업자 비중은 4인 이하 사업장이 2.91%로 가장 높았다. 이어 5~29인이 1.98%, 30~299인이 1.47%, 300인 이상이 0.7% 순이었다. 부업 인원도 5~29인 사업장 소속이 16만9895명으로 가장 많았고, 4인 이하도 11만3213명에 달했다.
중소기업 부업자가 증가한 원인으로는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확대, 근로시간 제도 개편, 워라밸 문화 확산 등이 꼽힌다. 상대적으로 줄어든 소득을 메우기 위해 남는 시간을 팔아 추가 소득을 올리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평균임금 비율은 2020년 60.9%에서 지난해 57.7%로 낮아졌다. 일과 가정생활 가운데 일을 우선시한다는 비중은 2015년 53.7%에서 지난해 34.3%로 떨어졌고, 중소기업 상용근로자의 주 36시간 이하 근로 비중은 2020년 15.8%에서 2024년 27%로 높아졌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소기업으로 확대되면서 추가 근로가 줄어든 것도 부업 증가 요인 중 하나다.
중소기업 직장인의 부업 증가는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퇴근 뒤 또 다른 일을 찾아 나서는 중장년 직장인이 늘고 있다는 것은 월급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노동시장의 단면이라는 설명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증가나 창업을 희망하는 부업자를 위한 근로선택권 확대 등 맞춤형 정책이 시급하다”며 “주 52시간제 틀 내에서 노사 합의를 거쳐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주’에서 ‘월, 분기, 반기’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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