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칭화대·스타트업·지방정부까지중국은 지금 '로봇 손' 전쟁[글로벌 현장]

입력 2026-04-26 11:09  




중국 베이징 도심에서 북쪽으로 1시간 거리인 창핑구 미래과학성로봇산업단지. 최근 방문한 이 단지 안에 있는 로봇 기업 월천방생(웨취안팡성) 본사 내 연구실에 들어서니 인간의 손을 꼭 빼닮은 로봇 손 수십 개가 손가락 관절을 하나하나 꺾으면서 좌우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 옆에선 엔지니어가 각 로봇 손을 덮고 있는 피부가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 강도와 온도, 압력 등을 테스트하는 중이었다.
로봇 손 자유도 최고 수준

연구실의 한 코너에선 월천방생이 제작한 로봇 손 M1을 장착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인 X봇이 상자에 쌓여 있는 자동차부품을 꺼내들고 조립하는 단순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1.67m, 60kg의 X봇은 전신에 51개의 자유도(로봇의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이나 축의 개수)를 갖췄으며 양손에 1060개의 촉각 센서를 탑재하고 있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신 자유도를 보면 아직은 미국 기업들이 앞서 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전신 자유도는 71이며,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아틀라스는 56이다. 전신 자유도만 놓고 보면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다소 앞서 있다.

하지만 로봇 손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아틀라스의 로봇 손은 7자유도, 옵티머스는 22자유도를 갖추고 있다. 인간의 손 구조를 모방한 다관절 로봇 손을 지닌 월천방생의 경우 최대 38자유도다. 지금까지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손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자유도는 로봇 손 관절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축의 개수를 말한다.

자유도가 높다는 건 그만큼 로봇 손의 손가락 움직임이 인간 손과 유사하고 다양한 물체를 정밀하게 잡거나 돌리거나 조립하는 작업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월천방생의 한 엔지니어는 “인체 근육·뼈를 연구·분석해 인공 근육을 구동하고 자유도가 높은 로봇 손을 만들고 있다”며 “이미 X봇은 베이징에 있는 한 자동차 생산 업체와 협업해 일부 생산 라인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천방생은 정밀 조작 로봇 손을 개발하는 생체 모방 로봇 기업이다. 아직 스타트업 수준이지만 기술력만으로 최근 1억 위안(약 219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과학원 원사인 런루취안 지린대 교수와 중국 교육부가 지정한 전문 학자인 영국 맨체스터대의 런레이 교수가 공동 설립했다. 에너지 소비가 낮고 관절 조작 능력 수준이 높은 고도의 바이오닉(생체공학)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마지막 구간’에 사활

로봇 손은 로봇 산업에서 흔히 ‘마지막 구간 기술’로 불린다. 로봇이 물체 앞까지 이동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마지막으로 물체를 잡고 조직하는 단계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로봇이 보고, 걷고, 판단하는 기술이 발전해도 실제 산업과 일상에서 작업을 하려면 결국 인간처럼 물건을 잡고 조작해야 한다. 미래과학성로봇산업단지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업계에선 이동이나 인공지능(AI), 배터리보다 로봇 손 기술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며 “로봇 손은 휴머노이드 산업 상용화를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지난해 약 62억4000만달러에서 2034년 3460억달러(약 521조4500억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만 50%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중국 로봇 기업들은 상용화의 가장 큰 기술 장벽이 바로 인간 손처럼 정교하게 움직이는 로봇 손이라고 보고 있다. 월천방생의 한 관계자는 “로봇이 걷고 뛰는 것에 비해 신발 끈을 묶거나 과일 껍질을 벗기고 공구를 사용하는 등의 행동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며 “손의 정밀도와 촉각 기술이 충분히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역시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의 핵심 과제로 정밀한 손 조작 능력을 꼽고 있다. 아직 로봇 손의 자유도와 촉각 센서, 제어 알고리즘이 인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중국 로봇업계에선 이 기술을 재빨리 확보하는 기업이 향후 글로벌 휴머노이드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중국 로봇 기업들은 최근 로봇 손 개발에 공격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인간 손 구조를 모방해 다수의 관절 자유도를 구현하고, 촉각 센서와 힘 제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물건을 잡는 힘과 미세한 움직임을 동시에 구현해야 상업화 수준을 빠르게 높일 수 있어서다. 중국 로봇 손 스타트업들은 베이징대·칭화대 등 대학, 연구기관들과 협력해 로봇 손 전체에 촉각 센서를 넣어 접촉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환경 변화에 맞춰 즉시 손가락 힘을 조절하는 기술을 내놓고 있다.

수십 곳이 로봇 손 경쟁

중국에선 월천방생 이외에 로봇 손을 개발하는 기업이 수십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 로봇 기업인 유니트리나 애지봇은 자체적인 로봇 손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로봇 기업들은 로봇 손 스타트업과 협력해 산업용로봇을 제작하고 있다. 로봇 손은 휴머노이드 로봇 전체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로봇 손 개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첫 시찰로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 내 정보기술응용혁신단지인 국가신창원을 방문했을 때 월천방생과 링커봇의 로봇 손 제품 시연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미래과학성로봇산업단지 관계자는 “중국 로봇 기업들은 물건을 집는 수준을 넘어서 부품 조립, 물류 작업, 의료 보조, 서비스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손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에서는 로봇 손 산업 시장 규모가 최근 1년 새 4~5배 성장하고 있는데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들도 자체 로봇 손 개발 조직을 따로 분리할 정도로 중요한 분야가 됐다”고 말했다.

중국 샤오미의 경우 인체의 발한 작용을 모방한 액체 냉각 시스템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로봇 손이라는 좁은 공간에 수많은 모터와 전송 장치가 밀집해 있다는 한계를 개선한 모델이다. 로봇 손은 장시간 작동했을 때 과도하게 발생하는 열로 인해 성능이 저하되고 부품 수명이 단축되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샤오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손 내부에 미세 금속 액체 냉각 채널을 이식했다. 인간의 땀샘이 체온을 조절하는 원리를 활용해 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액체를 통해 외부로 방출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 로봇 손이 과열 탓에 1만 회 정도 작동 후 고장이 발생하는 것과 달리 샤오미의 모델은 15만 회 이상 작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로봇 손의 부피를 기존보다 60% 줄여 성인 남성과 동일한 1:1 비율을 구현했다. 로봇 손이 정교한 움직임뿐 아니라 오래 구동 가능한 효율성과 생산성까지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베이징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빠른 상용화를 위해선 단순히 걷고 뛰는 보여주기식 쇼가 아닌 인간의 생체 구조를 가급적 유사하게 모방해 산업 현장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 기업들이 이를 위해 로봇 손 부문에서 빠르게 앞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한국경제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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