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비닐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반 비닐봉지 공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편의점, 빵집 등 생활밀착형 업종에서 비닐봉지를 아예 안 쓰거나 덜 쓰며 영업하는 곳이 늘고 있다.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매장 청소용 대용량 비닐봉투 가격을 한 묶음당 77원에서 106원으로 38% 인상했다. GS25와 CU는 가격 조정을 하지 않았지만 각각 한 상자, 30개로 발주량을 제한했다. 지난달 나프타 가격이 전월 대비 46.1% 급등하며 포장재 원가를 끌어올린 영향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공급이 원활해지면 비닐봉지 가격을 다시 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골목상권에서는 비닐봉지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 인상이 자영업자들의 고충으로 떠올랐다. 빵집에서 종이봉투나 유산지로 빵을 포장하는가 하면 대형마트와 약국에선 손님에게 장바구니 지참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이모씨(48)는 “빵이나 쿠키를 담을 비닐과 포장 용품 가격이 30~40% 올랐고, 그마저 대량 주문하지 않으면 발주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세탁소, 미용실 등의 업종에서도 원가 상승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서울역 인근에서 1인 미용실을 운영하는 권모씨(58)는 “파마약과 염색약 가격이 최근 10% 정도씩 올랐다”며 “시술 비용을 조금씩 높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종량제봉투 등 공공영역에서도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종량제봉투 평균 재고량은 3.4개월분에 불과하다. 일부 지자체는 재고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정부는 재생 원료 종량제봉투를 보급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138억원을 생산 설비 교체 비용으로 배정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석유류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체 원료를 통한 생산 및 원료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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