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AI가 끝까지 넘볼 수 없는 것

입력 2026-04-16 17:57   수정 2026-04-17 00:12

“챗GPT에 물어봤어요. 한명회가 어떤 사람인지.”

1600만 명을 동원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한명회 역할을 맡은 배우 유지태는 캐릭터 분석을 위해 인공지능(AI)을 사용했다고 이야기했다. 건장한 체구에 위풍당당한 면모는 그동안 봐온 간신배 한명회를 완전히 비켜 갔다. 인간의 대표적 고등 활동 가운데 하나인 연기에도 AI가 파고든 것이다.
인간 고유 영역까지 파고든 AI
연기뿐이랴. 인간만의 활동이라는 종교마저 그렇다. 얼마 전 레오 14세 교황은 사제들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AI로 미사 강론을 준비하고 싶은 유혹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스님을 대신하는 ‘붓다로이드’가 나왔다. 인간관계가 어렵다는 신자의 질문에 “상대와의 거리를 살피고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라”고 그럴듯한 조언까지 해준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서 로봇이 득도한 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열반에 드는 장면이 나온 지 14년 만이다.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는 AI의 전지전능한 모습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30년쯤에는 AI가 인류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만간 AI가 인간에게 “의식이 어떻게 생기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물어올지도 모른다.

AI의 위협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문화예술계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문학은 물론 미술 회화부터 음악 작곡까지 AI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사람들이 직접 무대에 나와서 연주하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공연 시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AI의 영향권으로 들어왔다. 상당수 프로페셔널 문화예술인이 생계를 우려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아마추어들에게 문화예술 AI는 그야말로 신세계를 열어줬다. 가사를 입력하면 노래를 뚝딱 만들어줘서 놀라게 한 게 몇 해 전인데 지금은 더 강력한 기능을 장착했다. ‘유저 보이스 업로드’ 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목소리를 녹음하면 그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준다. 자기 목소리로 연인에게, 친구에게, 가족에게 애정이 듬뿍 담긴 노래를 선물해줄 수 있다. 3옥타브가 넘는 노래도 가능하고, 초고난도 랩도 문제가 아니다.
AI가 쓴 문학 작품도 응모 허용
AI를 통한 그림 그리기는 이제 일상이다. 미술대회의 심사위원회도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의 작품이 나온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는 아르떼 문학상은 대다수 문화예술 공모전과 달리 AI로 쓴 글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까지 빼버렸다. 직접 쓰든 AI를 활용하든 상관없이 작품만 좋으면 뽑겠다는 얘기다. 악기를 배우는 것은 또 얼마나 쉬워졌는가. AI는 지치기는커녕 짜증 한번 내지 않으면서 밤이고 낮이고 악기 연주를 가르쳐준다.

머스크 말대로 우리 인류는 완벽하게 AI의 영향력 안에 놓일 수도 있다. 그럴수록 우리는 더 신나게 노래하고 글 쓰고 그렸으면 좋겠다. 머스크는 심지어 자기가 AI의 시뮬레이션 안에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화성에 가보겠다며 전력으로 달려가고 있지 않은가. 도전하고 즐기는 것. 오로지 이것이야말로 AI는 절대 넘볼 수 없는 우리 인간만의 위대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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