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가·성장 상충 땐 물가 우선" 새 한은 총재에 거는 기대

입력 2026-04-16 17:51   수정 2026-04-17 00:08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발언은 선명했다. 그는 “성장과 물가가 상충할 경우 물가에 더 무게를 두겠다”고 했다. 또 “안정적 성장의 기반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법 1조가 규정한 중앙은행 본연의 책무를 확인한 발언이다.

방향은 옳다. 문제는 신 후보자가 중앙은행 수장으로 취임한 후 감당해야 할 가혹한 현실이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3고(고물가, 고환율, 고금리)는 통화정책의 운신 폭을 좁힐 대로 좁혔다. 청문회 당일 공개된 3월 수입 물가는 전달보다 16.1% 급등한 것으로 나왔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자칫 물가 수준이 통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방어도 쉽지 않다. 정부가 26조원 규모 ‘전쟁 추경’을 통해 2%대 성장률 사수에 나섰지만, 경기 침체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난해 말 88.6%를 기록해 신 후보자가 임계점이라고 제시한 85%를 넘어섰다. 여기에 인구 구조 변화, 양극화, 높은 주택 가격 등은 그가 청문회에서 언급한 대로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도전 과제다.

이 같은 복합 위기 상황에선 거시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금융리스크를 선제 관리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은의 역할은 경기 부양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중동발 공급 충격이 물가 상승과 환율 불안으로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기대 심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신 후보자의 데뷔 무대가 될 5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주목하고 있다. 당초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동결 기조를 종료하고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중동전쟁으로 지금은 인상으로 경로를 틀어야 할 상황이다. 시장에선 5월에 ‘매파’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 후보자는 “중앙은행이 신뢰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신뢰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에서 나온다. 정부는 재정 정책으로 실물 충격을 완화하고, 한국은행은 거시적 금융 안정을 지키는 본연의 책무에 전념해야 한다. ‘물가 안정이 성장의 토대’라는 그의 소신이 4년 임기 내내 꺾이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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