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식이 바뀐 것은 올해 초부터다. 현대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6 CES’에서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모델을 공개했다. 시장은 현대차를 ‘피지컬 AI’ 기업으로 인식했고,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바뀌기 시작했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날보다 5.12% 오른 53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3.08%), SK하이닉스(1.67%) 등을 제치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전날 현대차그룹이 현대위아의 방산 부문을 현대로템에 넘긴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위아가 로보틱스 투자에 집중할 것이란 기대가 퍼졌다. 기아(4.22%), 현대위아(6.09%), 현대글로비스(3.85%) 등 그룹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나타냈다.
최근 증권가에서 나온 현대차 관련 분석 보고서를 보면 완성차 판매에 대한 이야기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로봇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이 현대차의 체질을 바꿔놓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도 관련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2026 세마포 월드 이코노미’에 참석해 아틀라스 상용화 일정을 언급했다. 주최 측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2028년까지 제조 시설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배치하고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 대의 아틀라스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SDV는 이르면 내년 말 그룹의 첫 모델이 출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전기차 모델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전 차종에 SDV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바퀴 달린 컴퓨터’로 불리는 SDV는 운영체제(OS)를 통해 성능을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차량이다. 자율주행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여겨진다.
증권가에선 이런 현대차의 변화가 밸류에이션 자체를 바꿀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완성차 기업으로 여겨지던 현대차가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을 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피지컬 AI 분야에서 현대차가 갖는 입지가 더욱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평가가 확산하면서 연초 4~5배 수준이던 현대차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최근 10~11배 수준까지 높아졌다.
1분기 실적이 악화한 것은 완성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1분기 글로벌 도매 판매는 약 97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다. 내수 판매량이 4.4%, 유럽에서 7.8% 감소하는 등 부진했다. 1분기 말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품질보증충당부채가 재평가돼 비용이 3000억~3500억원가량 늘어난 점도 이익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증권가에선 1분기 실적 부진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모습이다. 신윤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중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환율이 안정되면 전반적인 자동차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도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로보틱스 기업으로의 전환 기대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아직 로보틱스 관련 실적이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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