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 선수의 장점은 다양한 국적과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어에서 친해진 세계 각국 선수부터 프로암 대회와 각종 골프 행사에서 알게 된 사람들 덕분에 가보지 않은 나라의 문화를 알게 되고, 골프가 아닌 분야 이야기도 듣게 된다. 평소 호기심이 많은 나는 관심 분야가 전보다 넓어졌다. 이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조언도 늘 마음속에 담아두곤 한다.2017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월마트 노스웨스트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나보다 먼저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본 일본 미야자토 아이 선수, 대만 챙 야니 선수와 축하 저녁 식사를 했다. 두 사람은 랭킹 1위일 당시 경험담을 들려주며 한목소리로 “다른 사람을 위해 골프를 치지 말라”고 당부했다. 1위 자리에 있다 보면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되고 그들의 바람을 충족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부담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또 내가 이만큼 할 거라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일이 잦았다. 두 친구의 조언 덕에 남이 아니라 내 마음속 이야기에 좀 더 귀 기울이게 됐다. 외부 의견을 수용하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돌아보는 습관이 나를 더 강하게 한 것 같다.
중학생 시절부터 국내 투어를 뛰는 동안 다니던 골프 연습장이 있다. 이 연습장을 운영하는 회장님은 종종 나와 마주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이런 질문을 했다. “넌 최선을 다하고 있니” 그때마다 난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분은 늘 내게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은 쉽게 쓰는 게 아니다. 네가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 잘 생각해봐라”고 말했다. 그 말이 어린 내게 깊이 와 닿았는지 지금도 매번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내가 이루고 싶은 게 현실이 될 만큼 온 힘을 쏟은 게 맞나’,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한 걸까’ 이런 질문의 영향인지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시하게 됐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 당연히 속상했지만 적어도 과정에 충실했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훌훌 털고 일어나곤 했다.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순간도 있었다. 프로암 대회에서 만난 상당수는 나보다 골프 지식에 해박했다. 비록 내가 프로골프 선수지만 정작 골프에 대해 이들보다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골프 역사와 세계 100대 골프장 등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지식이 쌓이니 전에는 몰랐던 전 세계 골프장의 특징과 묘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덕에 내 삶은 전보다 확실히 즐거워졌다. 이밖에도 골프를 통해 만난 수많은 이들 모두 내가 골프와 겸손에 대해 더 배울 수 있도록 한 스승이었다. 나도 이제 누군가에게 그런 경험을 선사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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