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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론'과 '도축론'이라는 신조어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퐁퐁론'은 주방세제 브랜드명에서 따온 말로, 결혼 후 경제권을 잃거나 맞벌이·가사·육아 부담을 홀로 떠안는 남성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도축론'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결혼을 '사육' 과정에, 이혼을 통한 재산분할을 '도축'에 빗댄 개념으로, 위자료·양육비·재산분할 등 이혼 시 남성이 감수해야 하는 재정적 불이익을 비판적으로 묘사한 표현이다.
단순한 인터넷 밈으로 치부하기엔 그 이면이 무겁다. 법원의 재산분할 법리와 대중이 체감하는 법 감정 사이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자조적 사회 현상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결혼이 자산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변수로 인식되면서 청년층의 혼인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유재산도 쪼갠다…예외가 원칙이 된 재산분할 법리
현행 민법은 혼인 전부터 보유했거나 혼인 중 본인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특유재산'으로 규정하며, 부부별산제를 원칙으로 한다. 이혼 시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해 예외 법리를 꾸준히 확장해 왔다. 상대방이 특유재산의 유지·감소 방지에 기여했다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문제는 이 예외가 실무에서 매우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부 경제활동이 전혀 없는 전업주부라 하더라도 혼인 기간이 10~20년 이상 장기화되면, 가사노동만으로도 특유재산 유지에 대한 간접적 기여가 폭넓게 인정된다. 대기업 총수의 이혼 항소심에서 전업주부의 헌신을 경영의 보완재로 평가해 거액의 특유재산까지 분할 대상에 포함시킨 판결은 이러한 추세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법원의 이 같은 해석은 실질적 형평성을 높이고 여성의 경제적 생존권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의가 있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이 존재한다. 특유재산까지 분할될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은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일방에게 이혼을 일종의 재정적 인센티브로 인식하게 할 수 있다는 악용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있으나 마나 한 부부재산약정…입법 공백의 민낯
우리 민법에 부부재산약정 제도가 존재하지만, 실무에서는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대법원이 재산분할청구권을 "이혼이 성립한 때 비로소 발생하는 추상적 권리"로 엄격히 해석하기 때문이다. 혼인 전 대등한 위치에서 특유재산 분할을 배제하기로 합의하고 공증까지 받았더라도, 훗날 재판상 이혼이 청구되면 그 사전 약정은 법적 구속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약정의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으니 활용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재산분할에 대한 불안이 혼인 기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실효성 있는 '한국형 프리넙(Prenup)' 입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프리넙은 'prenuptial agreement(혼전계약서)'의 줄임말로, 결혼 전 당사자들이 혼인 중 재산 관리와 이혼 시 재산분할 방식을 미리 약정하는 계약이다. 미국·유럽 등 영미권 국가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제도이며, 일본에서도 법적 효력이 인정돼 세 쌍 중 한 쌍꼴로 작성한다고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프리넙이 오히려 결혼생활을 성실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효율적 장치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법원이 재산분할청구권을 이혼 전 계약으로 미리 포기하는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해, 혼전계약서의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 민법에는 혼전 부부 재산계약 관련 조항이 195개에 달하는 반면, 한국 민법의 해당 조문은 단 1개에 불과하다는 점은 입법의 공백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형 프리넙' 3대 입법 과제
한국형 프리넙 논의의 방향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첫째, 절차적 공정성의 법제화다. 재산 및 부채의 투명한 공개를 의무화하고, 객관적 공증과 법률 전문가 조력, 충분한 숙려기간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둘째, 이 같은 공정성 요건이 완벽히 충족된 약정에 대해서는 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대법원 판례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약정 체결 시기를 혼인 전으로만 제한하지 말고, 혼인 중 경제 상황 변동에 따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현대 부부의 진정한 파트너십은 모호한 기대가 아니라 투명한 소통과 합리적 약속 위에서 더욱 견고해진다. 혼인이 예측 불가능한 재무적 위험이 아니라 투명한 합의에 기반한 안정적 동반자 관계로 인식될 때, 청년들도 비로소 안심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다. 혼인율 저하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시민의 사적 자치를 보장하고 법적 안정성을 높이는 입법적 해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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