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연예인들과 기업인들이 거주하는 초고가 아파트가 배달 기사들에게는 기피 지역으로 꼽힌다. 배달 기사들이 모인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단가가 높아도 가면 안 되는 곳"이라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5일 배달 유튜버 '배달중독증'의 채널에는 'G드래곤이 산다는 아파트 배달 가면 생기는 일'이라는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는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한 서울 용산구 나인원한남에 배달하는 과정이 담겼다.
배달중독증은 "GD가 산다는 아파트에 배달을 왔다"며 경비실에 신분증과 물품을 맡기고 전화번호까지 건네주고 나서야 출입증을 받을 수 있었다. 단지 내에는 오토바이 출입이 안 되어 물건을 들고 직접 걸어가야 하는데 이날 배달지는 끝동이라 한참을 뛰어가야 했다.

해당 아파트는 3월 19일에서 25일 주간 전용면적 244㎡가 156억5000만원에 거래되어 전국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9년 입주한 341가구 규모의 나인원한남은 인근 '한남더힐'과 함께 한국 대표 부촌 중 한 곳이다. 특히 그룹 방탄소년단 RM, 지민, 슈가와 지드래곤 등 다수 연예인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1일에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영화 리뷰 유튜버 지무비가 최고가 77억원에 전세 계약을 한 나인원한남 내부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그렇지만 배달 기사들은 나인원한남 등 고급 아파트의 경우 배달 오토바이는 물론 택배 차량도 출입이 불가한 곳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직접 물건을 들고 걸어서 왕복해야 하는데 이 경우 10분 이상 소요된다. 뿐만 아니라 몇몇 곳은 일반 엘리베이터가 아닌 화물용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배달, 택배 등이 몰리면 그 앞에서도 대기 시간이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배달 플랫폼에서 배달비를 책정할 땐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이유들로 배달 기사들이 배달을 기피하면서 추가 배달료가 책정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입주민에 대한 과도한 보호로 오히려 배달 기사들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이더유니온이 2021년 서울 시내 유명 브랜드 아파트 주민들이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배달 노동자들에게 화물용 승강기를 이용하게 하고 신분증을 거두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인권 침해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주민의 과도한 사생활 보호가 갑질로 지적받으면서 전담 컨시어지를 운영하는 단지들도 늘고 있다.
잠실의 대표적인 고가 주거지로 꼽히는 시그니엘의 경우 배달 기사가 세대 현관까지 직접 올라가지 못하고 1층이나 로비 데스크에 물품을 맡기면 호텔 커뮤니티 팀의 컨시어지 직원이 카트를 이용해 각 세대 현관 앞까지 라스트 마일 배달을 대행한다.
최근에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로비에서 세대까지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운영하는 방안을 배달 플랫폼 등과 협업하여 테스트 중인 단지들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의 경우에도 고급 주거 단지에서 비슷한 갈등을 겪었으며 시스템적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고급 아파트는 대부분 24시간 도어맨이 상주하며 모든 택배와 배달 음식을 수령한다. 배달 음식이 오면 도어맨이 입주민에게 내부 인터폰으로 알리고 입주민이 로비로 내려와 받거나 직원이 올려다 주는 방식이다.
중국의 고급 아파트 단지들 역시 보안상의 이유로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단지 입구에 수백 개의 무인 택배함과 배달 음식 전용 선반을 설치하고 있다. 더불어 단지 내에서만 운행하는 전용 배달원이 입구에서 물품을 받아 각 동으로 분산 배달하는 시스템이 안착되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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