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이런 숫자는 없었다"…451만원 급등에 여행객 한숨 [플라잇톡]

입력 2026-04-19 13:10   수정 2026-04-19 14:08


"당분간 여행 가는 건 무리, 강제 집콕이다." "유류할증료가 비행기 값 수준이네." 국내 주요 항공사의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발표되자 이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3월과 비교해 두 달 새 유류할증료만 5배 이상 폭등한 탓에 여행 비용이 확 뛰었기 때문이다.
유류할증료, 두 달 새 27단계 급등…역대 기록 연속 경신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항공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2016년 현행 체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최고 단계인 33단계를 기록했다. 5월 유류할증료 산정 기준인 3월16일~4월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갤런당 511.21센트(배럴당 214.71달러)로 최고 구간인 33단계(갤런당 470센트 이상)에 해당한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항공권 운임에 추가로 부과하는 금액으로 매월 변동된다. 전전월 16일부터 전월 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 가격(MOPS)이 1갤런당 150센트 이상일 때 총 33단계로 나눠 부과하고, 그 이하면 받지 않는다. 탑승일이 아니라 발권일을 기준으로 적용되는 점도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유류할증료의 상승 속도는 이례적이었다. 3월(6단계)에서 4월(18단계)로 오른 12단계 상승이 당시 역대 최대였는데, 4월(18단계)에서 5월(33단계)로 한 달 새 다시 15단계 오르며 곧바로 경신했다. 중동 전쟁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인 3월(6단계)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27단계가 뛴 것이다.

직전 최고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인 2022년 7~8월의 22단계였다. 그 시절 최고 단계가 22단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33단계 도달이 얼마나 이례적인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다.
4인 가족, 일본 왕복 할증료만 60만원…미주는 451만원

대한항공의 일본 후쿠오카, 중국 칭다오행 단거리 노선 유류할증료는 3월 편도 1만3500원에서 4월 4만2000원, 5월 7만5000원으로 두 달 새 5.6배로 올랐다. 4인 가족이 후쿠오카 등 단거리 일본 노선을 왕복하면 유류할증료만 60만원이다. 3월(10만8000원)의 5배가 넘는다.

장거리 노선의 충격은 더 크다. 인천~뉴욕 등 일부 미주 노선은 3월 편도 9만9000원에서 4월 30만3000원으로 이미 3배 이상 올랐고, 5월에는 56만4000원으로 올랐다. 전쟁 영향 이전인 지난 3월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4인 가족 왕복 기준으로 환산하면 451만2000원에 달해 유류할증료만으로 수백만 원이 추가되는 상황이 현실화했다.

저비용 항공사(LCC)도 사정은 비슷하다. 제주항공의 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편도 기준 52달러(약 7만7000원)~126달러(약 18만6000원)로, 4월(29달러~68달러) 대비 최장거리 노선 기준 최대 85% 올랐다. 3월(9달러~22달러)과 비교하면 두 달 새 5.7배 오른 수준이다.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구간 기준 1인 왕복 유류할증료는 37만2000원으로 4인 가족의 경우 유류할증료만 148만8000원에 달한다. 진에어 역시 5월 유류할증료를 최대 88% 인상했다.
항공사 자구책 마련…소비자 부담 완화엔 시간 필요
항공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항공사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올해 예상 유류 소요량의 30%인 360만 배럴에 대해 미리 가격을 고정하는 유가 헤지 계약을 체결했다"며 "급유 단가가 낮은 공항에서 연료를 더 많이 채우는 방식으로 급유 비용을 줄이는 등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는 지난달 25일 비상경영에 들어가 운영 비용 절감 및 탄력적 노선 운영, 노사 합동 경제운항 원칙 수립 등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소비자 부담 완화로 직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6월 유류할증료는 4월 16일~5월 15일 MOPS를 기준으로 다음달 중순 발표된다. 현 유가 수준이 이어질 경우 고단계 유류할증료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여행 경비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항공비용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줄고, 오히려 유류할증료를 제외한 비용은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유류할증료 인상 폭만큼의 하락은 아닌 만큼 현 상황이 지속되면 장거리는 단거리로, 해외여행은 국내 여행으로 대체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등 전반적인 여행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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