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악으로 가득찬 세상을 웃으면서 둘러보는 법

입력 2026-04-17 17:12   수정 2026-04-17 17:13

오스트리아 작가 에곤 프리델은 단언했다. “오늘날 세계 인구의 5분의 2가 악당이고 8분의 3이 바보라면, (즉,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정상이라면) 그것은 볼테르 덕분”이라고….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1694~1778)의 본명은 프랑수아마리 아루에다. 섭정이었던 오를레앙 공작을 풍자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이후 사용한 필명이 ‘볼테르’였다. 평범한 본명과 달리 필명은 한번 들으면 좀처럼 잊기 힘들다.

오늘날 볼테르는 계몽주의 사상을 ‘철학적 콩트’라고 이름 붙은 소설로 소개했던 작가로 주로 기억된다. 그가 쓴 26편의 콩트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것이 바로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다.

1759년에 발표된 <캉디드>는 볼테르 철학의 핵심인 정의와 노동, 행복, 자유, 관용의 정신을 모두 담고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캉디드’라는 책 제목부터 의도적이고 역설적이다. 라틴어 ‘칸디두스(흰색)’에서 유래한 ‘순진한’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형용사 ‘캉디드’를 활용한 서명(書名)은 경험주의의 ‘타불라 라사’(깨끗하게 빈 서판)를 구현하는 의미가 있다. 책 속의 주인공 캉디드는 더럽혀지지 않은 이 서판 위에서 세상을 경험한다.

볼테르는 순진한 청년의 모험담을 통해 삶의 의미와 인간의 행복에 관한 결론을 모색한다. ‘현 세계가 최선의 세계’라는 당시 유행하던 라이프니츠식의 낙관주의를 우화 형식의 이야기를 통해 조롱하고 논파한다.

책은 캉디드가 악이 판치는 세상을 경험하며 ‘자기 삶’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캉디드는 어린 시절 살던 툰더텐크론크성에서 쫓겨난 뒤에 세상의 온갖 악을 직접 보고 겪으며 모진 고난과 함께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주인공이 툰더텐트론크성을 떠나 모험하는 ‘떠나기’에 14개 장을 할애했고, 다시 주인공의 ‘되돌아오기’에 12개 장을 할당했다. 중간의 두 개의 장은 주인공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변환점, 즉 엘도라도에 사용됐다.

<캉디드> 속 악은 질병과 죽음, 천재지변 등 자연에서 비롯한 악과 전쟁과 박해, 노예제도 등 인간으로 인해 빚어지는 악으로 나뉜다. 주로 ‘인간의 악’에 초점이 맞춰진다. 세상은 전쟁과 가난, 폭력, 강간, 살인, 종교의 광기 등 인간이 만든 ‘악’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악을 경험하면서 캉디드는 작중 낙관주의자 팡글로스 박사와 대비되는 비관론자 마르틴을 통해 ‘모든 것은 선하다’는 논리에 대립하는 ‘모든 것은 악하다’는 사고를 접한다. 하지만 팡글로스의 주장을 뒤집어 놓은 ‘마르틴의 길’ 역시 정답일 리는 없다. 인간의 삶 속에서 선과 악은 그 위상이 상대화된다.

캉디드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유명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라는 말을 무심한 듯 내뱉는다. 책의 결론이자 볼테르의 행복관을 요약한 이 문장은 노동, 즉 삶을 영위하는 행위 속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소박한 결론을 담담하게 전한다.

<캉디드>는 심오하고 무거운 사상서라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260여 년 전에 쓰인 작품이지만 현대인이 읽어도 어색하지 않고 충분히 재미가 있다. 독자는 캉디드의 ‘비극적’인 삶을 ‘웃으면서’ 따라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가슴 한구석으로 전해지는 울림을 얻는다. 심오한 진리를 가장 쉬운 언어로 전달한 것이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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