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한국에 본격 상륙한 종신보험은 한때 국내 생명보험 시장에서 가장 의존도가 높은 상품 중 하나로 큰 인기를 끌었다. 보험료는 비싸지만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 보장된다는 게 강점으로 꼽혔다. 최근 1인 가구가 늘고 사망 연령이 높아지면서 인기가 다소 시들해졌지만, 종신보험은 여전히 생명보험사의 핵심 상품으로 남아 있다.
가족 구성원의 생계가 자신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 종신보험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반면 부양가족이 적거나 이미 가족이 경제적으로 자립했다면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보험료 부담이 큰 데다 사망보험금이 거액으로 일시에 지급되는 구조인 만큼 가입 전 상품 내용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종신보험과 연계한 상속 준비 전략도 함께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종신보험은 가족의 존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가장이 피보험자가 되는 사례가 많다. 배우자가 계약자가 돼 보험료를 내면 가장이 사망했을 때 유족이 보험금을 받는 구조다. 이렇게 받은 보험금은 배우자의 생활비나 미성년 자녀의 학비 등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가입 전에는 무엇보다 ‘내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입 연령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종신보험은 통상 보험금 규모가 1억원 이상으로 크고 보험료 납입 기간도 길다. 가입 시점이 빠를수록 보험료가 저렴해지는 구조지만, 사회생활 초기처럼 소득 기반이 충분히 잡히지 않은 시기라면 무리한 가입은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중도해지 시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종신보험의 특징이다. 보험사는 피보험자 사망 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적립금을 따로 쌓아두는데, 계약을 해지할 때 이 적립금 일부를 환급금 형태로 돌려주는 구조다. 종신보험이 일부 저축성 상품처럼 인식되는 이유다. 실제로 금감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이 지급한 환급금은 14조3664억원으로, 종신보험 지급금 1조7821억원보다 훨씬 많았다. 다만 중도 해지할 때 납입 보험료 대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금감원이 최근 공개한 민원 사례에는 예·적금을 판매하는 농축협조합 창구에서 종신보험이 판매된 경우도 포함됐다. 지난해 3월 한 농축협조합을 방문한 A씨는 ‘최저보증이율이 적용된다’는 설명을 듣고 종신보험을 저축상품으로 오인해 계약했다. 금감원은 이를 설명 의무가 충분히 이행되지 않은 사례로 보고 계약을 취소하고 보험료를 환급하도록 했다.
종신보험은 계약 기간이 긴 상품인 만큼 충동적으로 가입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목돈 마련 목적이라면 종신보험은 일반 저축상품보다 불리할 수 있다. 저축상품은 원금에 이자가 붙는 구조지만, 종신보험은 환급금이 충분히 쌓이기 전 해지하면 납입 보험료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서다. 저축 목적이라면 상품의 성격부터 분명히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주요 생명보험사도 관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2024년 11월 제도가 본격화한 이후 신탁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에 따르면 20대 딸을 양육 중인 50대 여성 고객 B씨는 종신보험 사망보험금 20억원에 대해 신탁 계약을 맺었다. 딸이 만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고, 35세와 40세 생일에 10억원씩 나눠 지급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B씨는 이후 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추가로 종신보험 20억원에 가입한 뒤 다시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추가 계약은 딸이 35세가 되기 전까지 매년 생일에 보험금의 2%를 지급하고 35세에는 절반, 40세에는 잔액을 지급하는 구조다. 보험금을 한꺼번에 수령할 때 생길 수 있는 부담을 줄이고, 딸의 경제적 자립 시점까지 고려한 설계라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탁의 가장 큰 장점은 피보험자 의사에 따라 생전에 수익자와 지급 방식을 직접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생명보험 시장도 최근에는 단순 보장을 넘어 종합적인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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