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경력을 이유로 남성 직원의 승진을 앞당긴 인사제도가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이 아니라고 본 결론도 뒤집혔다.서울행정법원 제8부(재판장 양순주)는 사단법인 직원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낸 진정신청기각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해당 사단법인의 인사제도가 남녀 간 차별을 초래한다며 2024년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회사 규정에 따르면 군 복무 경력이 있는 제대군인은 초임 호봉이 가산돼 5급 12호봉으로 채용되는 반면, 일반 대학 졸업자는 6급 10호봉으로 입사한다.
인권위는 "제대군인 여부에 따른 초임 호봉 차등은 합리적 이유가 있어 여성에 대한 차별로 보기 어렵다"며 진정을 기각했다.
그러나 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대학 졸업자와 동등 학력자를 6급으로 채용하면서 제대군인을 5급으로 채용하는 것은 사실상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며 인권위의 기각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군 복무에 따른 초임 임금 차이 자체는 일정 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군 복무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측면이 있어 경제적 손실 보전 차원의 호봉 가산은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는 승진이었다. 재판부는 "6급으로 입사한 직원은 2년이 지나야 5급으로 승진하는 반면, 제대군인은 입사 시점부터 5급으로 시작해 이후 승진에서도 유리한 구조"라며 "같은 시기에 입사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여성은 승진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는 전체 남성 대부분을 우대하고 여성 전체를 불리하게 취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성별에 따른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제대군인법이 승진까지 우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과 남녀고용평등법이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번 판결은 군 복무 경력에 대한 보상이 허용되더라도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기준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임금 보전 차원의 호봉 가산과 달리, 승진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성별 차별로 판단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향후 인사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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