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한국전력 5개 발전 자회사 통폐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들 자회사를 하나로 합칠지, 두 곳 이상으로 남겨 경쟁 구도를 유지할지가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생에너지발전공사까지 포함한 통합발전공기업 체제를 구축할지도 관심사다. 발전 자회사를 통합하고 본사 소재지를 결정하는 건 지방자치단체 세수 확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만큼 정치권과 지역 사회에서도 이번 통합 작업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폐합의 성패를 결정하는 건 통합 방식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큰 틀에서 5개 발전사를 하나로 합치는 단일 통합과 2곳 이상의 발전사를 남겨 놓는 복수 통합 방안이 거론된다. 단일 통합은 발전 연료를 구매할 때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인사, 총무 등 5개사에서 각각 운영 중인 기능을 하나로 합치면 인력 운용 및 업무 효율도 높일 수 있다.
단일 통합으로 경쟁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건 우려되는 부분이자 복수 통합의 장점이 부각되는 지점이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최소 2개 이상의 사업자가 있어야 경쟁이 발생하고, 서비스 품질 향상과 효율화로 이어져 소비자 즉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며 "덩치가 큰 독점 기업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려 하지만 복수 체제에선 해외 진출 및 수주 경쟁이 자연스럽게 유도된다"고 말했다.
단일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반드시 비용 효율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발전 연료마다 특성이 달라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장기계약 구조로 거래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대량으로 구매할수록 가격이 저렴하지만 주로 현물로 구매하는 유연탄은 대량 구매 시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며 "비용 측면에선 두 곳으로 통합할 때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단일 통합 시 거대 발전 노조가 탄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 법인 노조가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서면 전국적으로 전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발전 5개사 노조위원장이 최근 김성환 기후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하나로 통합하자”고 요구한 것도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경제계는 보고 있다.
복수 통합의 경우 정부의 정교한 '교통정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204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석탄발전소 폐쇄 과정에 특정 통합 법인에 폐쇄 예정인 발전소가 몰리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물론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우려가 있어서다. 전력 구매 시장에서 한전의 독점적 지위가 깨지지 않고, 정부가 사실상 전력 가격을 정하는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두 곳 이상의 발전소를 두고 경쟁을 유도한다는 목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발전 5사 노조는 통폐합을 계기로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넘어갔던 양수발전을 다시 발전 5사 통합 법인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양수발전은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 전력 수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석탄, LNG, 재생에너지, 양수 등 발전원을 포괄하는 방식을 통해 통폐합이 기존 조직을 축소하는 게 아닌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6월 지방선거가 발전 5사 통폐합 방향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발전 5사는 지난해 합계 매출은 29조1602억원으로 웬만한 대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각 지역에 있는 발전 5사 본사가 납부하는 지방세가 지자체 세수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선 통폐합으로 본사가 이전되면 세수 확보에 큰 차질이 생긴다. 각 지자체가 통폐합 본사를 유치하려는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발전 5사 통폐합이 지방선거와 맞물려 정치적 이슈로 흘러갈 경우 의사결정이 비합리적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김리안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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