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이럴 줄은"…드디어 인간 이긴 로봇들 [차이나 워치]

입력 2026-04-19 14:17   수정 2026-04-19 15:26



"자유(加油·힘내)!" "페이창하오(非常好·훌륭해)!"

19일 오전 7시30분 중국 베이징 중심가에서 동남쪽으로 약 20㎞ 떨어진 이좡 경제기술개발지구. 대만 출신 가수 양페이안이 부른 '워샹신'(나는 믿어요)이 울려 퍼지는 퉁밍후공원엔 우렁찬 응원 소리가 가득했다.

지난해에 이어 2회째를 맞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하프 마라톤의 출발점에서 몸을 풀고 있는 '선수 로봇'들을 향한 격려였다.

출발 신호와 함께 인간과 함께 달리기 시작한 로봇들은 금세 앞서나갔다. 코너 구간에서도 속도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방향 전환을 했고, 완만한 경사 구경에서도 보행 리듬을 잃지 않았다.



지난해만 해도 시작부터 넘어지거나 주저앉는 로봇들이 속출했고, 모터 과부하로 무릎 관절이 망가진 로봇들은 처참하게 현장 운영 요원에 의해 실려 나갔다. 불과 1년 만에 출전 로봇들의 안정성과 기능이 대폭 향상됐다.

또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별도 외부 유도 신호 없이 오로지 로봇의 자체 다중 센서 시스템에 의지해 달리는 자율주행 그룹이 신설됐다.

톈궁, 유니트리, 아너 등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사의 다양한 로봇을 훈련시킨 기업 80여곳과 연구기관·대학 연구팀 20곳, 해외 참가자를 포함한 105개팀이 자율주행 그룹과 원격 제어 그룹으로 나뉘어 속도를 겨뤘다.



전체 참가팀 가운데 42개팀이 자율주행 모델로, 63개팀이 원격제어 모델로 출전했다. 로봇을 원격 제어하는 그룹에는 패널티 형태로 주행 기록에 1.2배의 가중치를 부여하도록 규칙도 바꿨다. 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자율주행 그룹에 기록상 유리한 조건을 준 셈이다.

이날 대회는 아너가 개발한 산뎬을 훈련해 출전한 팀이 1~3위를 차지했다. 전자기기를 만드는 대기업이 로봇 대회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로 출발했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 압박 속에 2020년 화웨이로부터 분리됐다.



1위는 21.0975km를 50분 26초에 들어온 치톈다성팀이었다. 레이사이산팀과 싱훠랴오위안팀이 각 50분 56초와 53분 01초의 기록으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올해 1위 기록은 지난해 1위였던 약 2시간 40분을 크게 단축했으며 인간 하프 마라톤 세계 기록인 57분 20초보다도 빨랐다.

강한 에너지와 속도가 강점인 치톈다성의 로봇은 현장에 있던 각국 취재진 사이에서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빨랐다.



관중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로봇이 넘어지거나 멈출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올핸 전광판 기록을 계속 확인하면서 완주 여부보다 기록 경쟁과 기술 완성도에 주목했다.

현장에서 만난 일본 취재진은 "결승선에서 계속 사진 촬영을 대기하고 있었는데, 결승선을 통과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제대로 촬영하지 못했다"고 했다.

자율주행 그룹에 참여한 로봇들은 결승점인 난하이쯔공원까지 전 코스를 자체 시각 카메라·라이다·관성 측정 장치 등에 의지해 상황을 인지하고, 움직임을 스스로 결정해 뛰었다.



이날 코스에는 평지, 가파른 오르막 경사로, 좌회전(12곳)과 우회전(10곳) 도로가 섞였을 뿐 아니라 지난해와 달리 생태공원을 코스에 넣어 로봇의 균형 제어와 안정성에 대한 테스트 성격이 부각됐다.

대회 한 관계자는 "단순히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에너지를 관리하며 21km를 달리는 능력이야말로 상용화를 위한 핵심 지표"라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규칙이나 안전 관리도 지난해보다 한껏 강화했다. 제한 시간은 3시간50분으로 작년(3시간 30분)보다 20분 늘었지만, 안전을 위해 한 대씩 서로 5m의 안전 간격을 유지하도록 관리했다.



스테이션 내에서의 배터리 교체는 벌점이 부과되지 않지만 소요 시간은 총 기록에 포함하도록 했다. 스테이션 외부에서 이뤄지는 배터리 교체는 기록 벌점을 추가했다.

자율 주행 그룹에서 무단 수동 개입을 세 번 이상 할 경우 해당 팀의 성과는 자동으로 원격 제어 그룹으로 바뀌어 계산했다. 계주 형식으로 경기 도중 로봇을 바꾸는 것 역시 허용은 되지만 두 번을 초과하면 이후부터 벌점을 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장을 취재하러 온 캐나다 취재진은 "확실히 현장에서 살펴본 출전 로봇들의 움직임이 지난해에 비해 유연해지고 관절 가동 범위가 확대했다"며 "오르막 구간에서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고 매끄럽게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비해 다양한 즐길 거리도 마련됐다. 일부 로봇은 모자나 가발, 인형귀 머리띠를 쓰거나 망토를 두르는 식으로 개성을 표현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현장 곳곳엔 서비스 로봇이 배치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 로봇은 코스 중간에서 인간을 위해 동선을 안내하거나 청소, 식사 제공 서비스를 담당했다. 대회 이후엔 다양하게 전시된 로봇이 완주를 축하하기도 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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