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오를수록 국민과 주유소 부담은 커지는데 카드사 수익은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적 모순이 있습니다.”한국석유유통산업협회는 최근 긴급호소문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유가 기간에 한해 카드 수수료율을 현행 매출 대비 1.5%에서 0.8~1.2%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이후 가격 결정 여지가 줄어든 주유업계 어려움은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유가 상승=카드사 배불리기’로 연결하는 업계 주장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측면이 있다. 주유업계는 “기름값이 오르면 결제액이 커지기 때문에 카드사 수익이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카드업계는 결제금액이 늘어나면 조달 비용, 대손 비용, 포인트·할인 같은 마케팅 비용도 불어난다고 반박한다. 수수료 수입이 늘었다고 이익까지 그대로 늘어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카드 수수료율이 낮아진다고 해서 기름값이 자동으로 내려갈지도 의문이다. 주유소의 수익 보전으로 귀결될 가능성은 크지만 소비자 혜택으로 연결된다고 보장하긴 어렵다. 국민 부담 완화를 앞세운 업계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유다.
주유업계는 기름값의 40% 이상을 세금이 차지하는 만큼 세금까지 포함한 총매출을 기준으로 카드 수수료를 매기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카드 수수료가 정률제로 매겨지는 건 주유업종만의 일은 아니다. 오히려 주유소는 특수가맹점으로 분류돼 40여 년간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았다. 현재 주유소 카드 수수료율은 최고 1.5%로, 지난해 기준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 2.08%보다 0.5%포인트가량 낮다. 영세·중소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이 더 낮아졌다고 해도 이는 매출 규모가 작은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조치다.
일각에서는 평균 매출이 30억원에 육박하는 주유소의 카드 수수료율을 현실화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주유소 매출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더라도 평균 매출 규모가 일반적인 영세 사업자(연매출 3억원 이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주유업종에는 원가 이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주유 특화 카드 혜택을 늘리는 등 카드업계가 상생 지원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국민과 기업, 정부 모두 부담을 나눠야 하는 시기다.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은 불분명한데 자신들의 부담을 덜어달라는 요구는 자칫 업계 이해만 앞세운 목소리로 비칠 수 있다. 고유가 위기를 명분으로 업계가 또 다른 특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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