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해외자료 큐레이션…국회의 '정보 무기고' 될 것"

입력 2026-04-19 17:32   수정 2026-04-20 08:49


황정근 국회도서관장(사진)의 명함 하단에는 ‘민주주의의 정보 무기고’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국회도서관이 수동적인 자료 보관소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입법 정보의 전초기지’가 돼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담겼다.
◇최신 정책정보 발굴해 제공
황 관장은 지난 17일 국회도서관에서 한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신념을 수차례 드러냈다. 그는 “국회도서관은 국회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는 정보기관으로서 의원실에서 요청하기도 전에 최신 입법·정책 정보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제공하는 ‘큐레이션 체계’로 최근 전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취임 후 1년 3개월 동안 국회 입법 지형의 ‘우물 안 개구리’ 의식을 깨는 데 주력해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전 세계 1300여 개 싱크탱크 보고서를 요약·번역한 ‘금주의 보고서’와 주요국의 최신 법률 제·개정 동향을 매주 전하는 ‘금주의 월드로(World-Law)’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로 118개국 헌법의 원문과 번역문을 집대성한 ‘세계헌법정보 서비스’ 역시 국회의 시야를 글로벌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국회도서관은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입법에 직결되는 팩트만 추려내는 ‘팩트북’을 발간한다. 지난달 발간한 ‘글로벌 사우스’는 황 관장의 작품으로 주요국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 전략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앞으로 국회도서관은 글로벌 사우스 주요국은 물론 스웨덴과 같은 복지선진국의 입법 동향까지 촘촘히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선제적 정보 제공 효과로 국가전략포털 접속자는 2024년 70만 명에서 2025년 341만 명으로 1년 새 약 5배로 급증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 관련 해외 입법 사례와 학생 스마트폰 금지 법안 등을 번역해 제공했을 때 여야 보좌진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AI 시대 대응 인프라도 구축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의 방대한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플랫폼 ‘내일(NAIL·National Assembly AI Library)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황 관장은 “국회도서관이 보유한 4억5000만 면(약 915만 건)의 검증된 원문 데이터를 AI에 학습시키고 있다”며 “신뢰할 수 있는 공공·학술 자료를 기반으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내일 서치’는, 가령 ‘기후변화 대응’을 입력하면 ‘탄소중립’ 등 관련 개념까지 자동으로 제시해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판사 출신인 황 관장은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을 거친 국내 최고 권위의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등) 전문가로 꼽힌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현행 선거법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TV 토론에서 거짓 발언이 나오면 전문가들이 팩트체크를 통해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지만, 한국은 사소한 표현까지 문제 삼아 허위사실 공표죄로 당선을 무효화하기도 한다”며 “명백하고 악의적인 허위 사실은 처벌해야겠지만, 말실수까지 형벌로 규율하는 과도한 규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형창 기자/사진=임형택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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