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이드라인의 심사 잣대는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정성적인 게 문제로 지적된다. 거래소는 ‘영업·경영의 독립성’과 ‘충분한 주주 소통’ 등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어떤 매출 구조가 ‘독립적’인지, 어느 정도 소통해야 ‘충분한’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 수치는 없다. 업계가 요구한 업종별 특성과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도 반영되지 않았다. 기준선이 없으니 어느 장단에 맞춰 상장을 준비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부재는 필연적으로 심사 일관성을 떨어뜨린다. 비슷한 조건의 기업들이 모호한 판단이나 여론 향배에 따라 상장 예비심사 결과가 엇갈린 사례도 있다. 어떤 회사는 거래소 압박에 상장을 포기한 반면 다른 기업은 순조롭게 심사 문턱을 넘었다. ‘종속회사의 미래 성장성’이나 ‘상장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 같은 추상적 문구는 거래소가 자의적으로 상장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거래소는 수치화된 기준이 오히려 규제 허점만 살짝 피하는 ‘꼼수 상장’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무원은 명문화된 규정이 없으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은 당국 눈치를 살피는 정무적 대응에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다. 주주 보호라는 명분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자금 조달의 활로를 막는 독소 조항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정부는 새 제도 시행 전까지 예측 가능한 수준의 객관적 지표 마련에 나서야 한다. 소액주주 보호와 기업의 성장동력 확보는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잣대를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