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명의만 빌려 요양병원 차렸더니…실운영자에 더 큰 책임

입력 2026-04-20 08:04   수정 2026-04-20 08:11


이른바 '사무장병원'에서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를 환수할 때, 실제 운영자에게 명의자보다 더 많은 금액을 부과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의료법인 예은의료재단과 실질 운영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이 사건은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명의를 빌려 병원을 운영하는 '사무장병원' 구조에서 발생했다. 건보공단은 해당 요양병원이 의료법상 무자격자 개설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고 약 174억 원의 요양급여비를 부당이득으로 환수하기로 했다. 이후 내부 기준에 따라 약 66억 원 수준으로 감액해 처분을 내렸다.

쟁점은 실질적으로 병원을 운영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환수금이, 병원 명의자인 의료법인에 대한 환수금 범위를 넘어설 수 있는지였다.

1·2심은 실질 운영자에게 부과되는 금액은 명의자에게 부과된 환수금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고 봤다. 실질 운영자의 책임이 명의자에 종속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실질적 개설자는 명의자와 별개의 책임 주체로서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며 "책임의 정도에 따라 명의자보다 더 큰 금액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명의자와 실제 운영자의 역할, 불법성 정도, 병원 운영 성과의 귀속 여부 등에 따라 책임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며 "징수 금액을 달리 정하는 것은 행정청의 재량 범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무장병원 환수 처분의 성격에 대해서도 "부당이득 반환의 성격을 가지는 재량적 행정처분"이라고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이에 따라 실질 운영자의 책임 범위를 명의자와 동일하게 제한한 원심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은 사무장병원 환수 구조에서 '실질 운영자 책임'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명의자 중심으로 설정됐던 기존 환수 기준이 바뀌면서, 향후 건보공단의 환수 처분과 관련 소송에서도 책임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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