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한국의 국가부채비율 상승세를 경고한 데 대해, 김용범 정책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경제 참모들이 일제히 반박하고 나섰다. IMF가 우려한 항목과 국가부채비율을 비교한 기준 등을 열거하며 “한국의 재정 실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국제기구의 보고서에 청와대 경제 참모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어느 기준으로 보더라도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OECD 평균보다 크게 낮다”며 “2025년 결산보고서 기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D1)은 49% 수준인 반면, 2024년 OECD 평균은 109%에 달한다”고 했다. 또 “외국환평형기금채권처럼 대응 자산이 존재하는 채무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며 “단순한 총부채 숫자만으로 재정 부담을 판단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적었다.

김 실장은 비기축통화국끼리 비교한 IMF 기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일정 부분 참고할 만한 시각이지만, 기축통화 여부가 재정 건전성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인지는 의문”이라며 “최근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에도 영국·프랑스·독일·일본·미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 금리가 한국·인도 등 일부 국가보다 오히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썼다. 2022년 영국 ‘트러스 모먼트’를 거론하며 기축통화국 영국도 시장 신뢰를 잃고 파운드화가 급락했던 사례를 꺼냈다.
김 실장은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그럴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일부가 최근 GDP 대비 6% 안팎의 재정적자를 이어가는 반면, 한국은 3%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물론 고령화와 복지 수요 증가로 장기적 부담은 커질 수 있지만 단기 흐름만 놓고 “한국 부채가 가장 위험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썼다. 그러면서 “핵심은 성장 잠재력”이라며 “GDP가 커지고 차입 수요가 줄면 부채비율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범위에 머무를 수 있다”고 했다.
류 수석은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한국의 재정 상태는 여전히 독보적으로 건전하다”며 “중앙정부 기준 GDP 대비 부채비율은 50%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이는 선진국 기준에서 매우 낮은 수치”라고 적었다. 이어 “한국과 경제 규모가 유사한 국가들의 부채 비율이 GDP 대비 130%를 넘거나, 심지어 250%를 상회하기도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재정 상태가 취약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썼다.

류 수석은 “또 하나 간과되는 지표는 부채 서비스 비용(이자 부담)”이라며 “한국의 GDP 대비 국채 이자 지급액은 약 1%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적었다. 이어 “최근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결정은 한국의 재정 투명성과 시장 인프라에 대한 글로벌 자본 시장의 ‘공식적인 승인’과 다름없다”고 했다. 아울러 “완벽한 제도는 없으나, 한국의 규칙 기반 재정 운용은 많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며 “특히 한국 국가채무의 약 30%는 '금융성 채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도 적었다.
류 수석은 국제기구의 분석 틀에 대해 “장기적인 인구 통계적 전망에 치중하면서, 그에 따른 정책적 조정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 입안자들에게 과도한 공포를 심어주어, 정작 경제 활력이 필요한 시점에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기실현적 예언’의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류 수석은 “결국 질문은 국제기구가 한국의 재정 실체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느냐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그 답은 ‘아니오’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같은날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도 김 실장과 류 수석의 글을 재게시하며 동의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