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PPI 41개월 만에 반등…저물가 탈출은 내수에 달렸다

입력 2026-04-20 10:03   수정 2026-04-20 10:05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41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다만 이번 반등이 장기 저물가 국면의 종료로 이어질지는 가격 상승의 지속성과 내수 회복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0.5% 상승했다. 전월보다 1.4%포인트 높아지며 41개월 연속 이어진 하락세를 끝냈다. 전월 대비로도 6개월 연속 상승하면서 상승 폭은 1.0%로 확대됐다. 이는 최근 48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PPI 반등에는 2026년 2월 말 미국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국내 일부 업종의 수급 개선이 겹치면서 2025년 4분기부터 이어지던 물가 회복 흐름이 예상보다 빨리 가시화됐다. 시장에서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의 약 70%가량이 PPI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1분기 명목 성장률이 실질 성장률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복수의 기관이 국가통계국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1분기 명목 GDP 증가율은 4.94%로 같은 기간 실질 성장률 5.0%를 소폭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두 수치의 격차는 최근 3년 사이 가장 좁혀졌다. 물가 수준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PPI의 플러스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이란 전쟁 전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단기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거시 연구자들은 현재의 개선이 상류 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한다. 상류 가격 상승이 중하류로 원활하게 전달되지 못하면 공급 충격에 따른 일시적 반등에 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3월 PPI 개선은 주로 생산재 가격이 이끌었다. 반면 생활재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와 전월 대비 모두 하락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기대에 못 미쳤다. 수요가 충분히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상승은 구조 전반이 아니라 일부 업종에 국한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상류 가격 상승은 중하류 기업의 수익성 부담으로 먼저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반등을 단순한 전쟁발 수입 인플레이션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2025년 10월 이후 PPI는 전월 대비 기준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왔고, 일부 기관은 전쟁 이전부터 올해 중반 전후 PPI의 상승 전환 가능성을 제시해왔다. 전쟁이 반등 시점을 앞당겼을 뿐, 국내 요인도 함께 작동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6일 국무원 신문판공실 브리핑에서 PPI 상승 전환 배경으로 국내 수급 개선, 시장 경쟁 질서의 점진적 최적화, 국제 요인의 가시화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주도적 요인으로는 국내 시장의 수급 변화와 질서 개선을 꼽았다.

특히 산업의 스마트화와 친환경 전환이 관련 제품 수요를 끌어 올리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3월 광섬유 제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6.1%, 외장 저장장치 및 부품은 21.1%, 전자 전용 소재는 18.7% 올랐다. 바이오매스 연료 가공과 폐자원 종합 이용 업종 가격도 각각 6.1%, 0.9%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확산에 따른 연산 수요 증가도 주요 배경으로 거론한다. 최근 3개월간 관련 산업의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재정 확대에 따른 인프라 투자도 일부 업종의 가격 하락 폭을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 3월 비금속 광물 채굴업과 흑색 금속 제련·압연 가공업 가격의 전년 동월 대비 하락 폭은 각각 전월보다 0.8%포인트, 0.9%포인트 축소됐다.

2025년 4분기부터 이어진 PPI의 전월 대비 상승에는 이른바 ‘반내권’으로 불리는 중점 업종 생산능력 조정도 한 축을 이뤘다. 태양광 전지 생산은 2025년 9월 이후 계속 줄었고, 2026년 3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0.6% 감소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신에너지차 생산 증가율도 2025년 9월 이후 둔화했고, 올해 1~2월에는 전년 대비 감소한 뒤 3월 1.2% 증가로 소폭 반등했다. 이런 흐름은 가격에도 반영돼 3월 태양광 설비·부품과 리튬이온전지 제조 가격은 각각 5.2%, 2.5% 상승했다.

국제 요인은 주로 석유화학과 비철금속 체인에서 두드러졌다. 3월 브렌트유 월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와 전월 대비 모두 40% 넘게 올랐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석유·천연가스 채굴업 가격은 전월의 12.9% 하락에서 5.2% 상승으로 돌아섰고, 석유·석탄 및 기타 연료 가공업과 화학 원료·화학제품 제조업의 가격 하락 폭도 각각 7.5%포인트, 3.4%포인트 줄었다.

비철금속 광업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6.4%, 전월 대비 5.4% 올라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증권가에서는 3월 PPI 전월 대비 상승분 가운데 석유 관련 3대 업종이 약 0.6%포인트를, 비철금속과 전자 업종이 약 0.17%포인트를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남아 있는 불확실성도 크다. 거시 전략가들은 이번이 최근 몇 년 사이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국면일 수 있다고 보면서도, 공급 충격의 효과는 대체로 단기적이고 국지적이라고 본다. 금융·부동산 하강 국면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가계 소득 기대도 여전히 약해, 수요자 측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저물가 탈출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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