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한동안 애국소비와 불매 분위기에 밀렸던 글로벌 중저가 브랜드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중국 소비자의 구매 기준이 원산지보다 디자인과 품질, 가격 대비 가치로 이동하면서 유통업계의 가격 전략과 시장 점유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갭과 자라, 망고는 2025년 티몰과 JD닷컴, 더우인 등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채널에서 30%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앞선 부진에서 벗어났다. 예컨대 2022년 중국 사업을 현지 전자상거래 업체 바오쥔에 넘긴 갭은 지난해 중국 시장 전체 매출이 20% 이상 늘었고, 분기 기준 흑자도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판매량뿐 아니라 가격 결정력 회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전자상거래 데이터업체 항저우 즈이 테크에 따르면 갭, 자라, 유니클로, H&M은 2024년 말 이후 할인 폭을 줄였고, 티몰에서는 200위안(약 29달러) 이상 가격대 상품 판매가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소비가 살아난다기보다 소비의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면서, 값이 싸기만 한 제품보다 디자인과 품질이 검증된 브랜드에 지갑이 다시 열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이 흐름은 중국 소비시장의 구조 변화와도 맞물린다. 스포츠웨어에서는 현지 브랜드 리닝의 성장률은 과거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 초반으로 둔화했다. 자라와 H&M의 직접 경쟁자인 어반 리바이보도 민족주의 소비가 강했던 2021~2023년에 비해 지난해 성장세가 느려졌다. 뷰티 시장에서도 2021년 티몰 색조 1위였던 화시쯔가 밀리고, YSL과 샤넬, 나스 등 외국 브랜드가 다시 상위권을 차지했다.
비싼 브랜드를 모방한 저가 대체품인 이른바 ‘핑티’가 알뜰 소비층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중, 중·일 갈등이 다시 고조될 경우 민족주의 소비가 재점화할 가능성 역시 남아 있다.
결국 앞으로 봐야 할 것은 외국 브랜드의 일시적 판매 회복이 아니라 중국 소비자와의 연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복원하느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가 브랜드가 먼저 반등하고 프리미엄 스포츠웨어는 견조함을 유지하는 반면, 럭셔리는 아직 수요 회복이 고르지 않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외국 브랜드의 중국 재도약은, 국적보다 상품 경쟁력과 현지화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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