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SPC그룹 계열사인 섹타나인은 내부디지털저작권관리(DRM) 정책으로 챗GPT에 업무 파일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섹타나인은 이 문제를 삼성SDS의 도움을 받아 별도 서버를 구축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사용자가 파일 업로드를 신청하고 관리자가 승인하면 외부 서버로 나가지 않고 기업 내부 저장소에 보관되는 방식이다. 이후 챗GPT에서 내부 파일을 불러와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엔터프라이즈 AI는 단순한 분석이나 학습 단계를 넘어 기업의 핵심 업무 프레임워크와 결합한 플랫폼을 뜻한다. 인터넷에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불특정 다수에게 답변을 제공하는 챗GPT, 제미나이 등과 같은 범용 AI와 달리 기업의 독점적인 데이터 주권을 유지하면서 기술 종속성 위험을 낮춘다. 엔터프라이즈 AI가 클라우드와 사내 구축형(온프레미스) 인프라 위에서 구동하는 AI 생태계로 자리 잡은 이유다.
국내 AI 기업도 엔터프라이즈 AI 시장 선점에 나섰다. 국내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솔라’를 앞세워 금융 및 공공기관 특화 생성형 AI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보험사마다 다르고 세부 내용이 복잡한 상품 설명서와 약관을 데이터화해 분석하는 문서 AI 솔루션이 본보기다.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NC AI도 제조·방위산업·건설 등 산업 현장에 특화된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산 현장과 국방 영역에 쓰일 피지컬 AI도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모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은 지난해 972억달러(약 143조3000억원)에서 2030년 2293억달러(약 338조원) 규모로 커진다. 테크업계 관계자는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이 단순한 기술적 실험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이 나는 산업 현장 적용 단계로 진입했다”며 “범용 챗봇 도입 시기를 지나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구조에 침투하는 버티컬 AI와 피지컬 AI가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터프라이즈 AI
기업 데이터의 보안과 통제가 보장되는 전사 차원의 안전한 AI 운영 플랫폼. 생성형 AI를 기존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하지만, 내부 데이터 유출은 방지하도록 만든 AI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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