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는 벤츠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다년 계약을 맺었다고 20일 발표했다. 2028년부터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에 하이니켈(니켈 비중 80% 이상) 기반 니켈코발트망간(NCM) 각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SDI가 벤츠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계약 금액은 수조원대로 추정된다. 장착 차량은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쿠페 모델로 크기는 작지만 고효율의 출력을 내는 차종이다. 벤츠는 중국 일변도인 각형 배터리 공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삼성SDI와 손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작년 11월과 지난달 벤츠 경영진을 만나 ‘배터리 세일즈’를 한 것이 이번 수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재용, 벤츠 경영진 직접 만나…'배터리 세일즈'로 수주 결실
벤츠와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MMA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가성비가 좋은 고효율 전기차다. 벤츠는 대량 생산과 원가 절감을 위해 배터리를 각형으로 통일했다.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각형 배터리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형은 소형 차체에 셀을 더 반듯하게 채워 넣기 쉽다”며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고 원가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벤츠는 해당 차종에 저렴한 리튬·인산철(LFP)과 고가의 NCM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할 예정이다. LFP는 CATL, NCM은 삼성SDI가 납품하는 구조다.
유럽연합(EU)이 지난달 유럽 산업가속화법(IAA)을 발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IAA는 배터리와 전기차 등 전략 산업의 유럽 내 생산을 유도하는 법안이다. 공공 조달과 보조금 지급 기준에 유럽 내 생산 조건을 뒀다. 여기에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와 외국에서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대한 불이익 등의 규제가 있어 중국 기업에 불리하다. CATL의 생산 비용이 높아질 것을 감안해 배터리 납품처를 다변화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이번 삼성SDI와의 공급 계약에 대해 “고성능 배터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는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3사’를 모두 고객으로 두게 됐다. 삼성SDI는 2009년 BMW의 전기차 배터리 독점 공급 업체로 선정된 뒤 17년 동안 납품을 이어가고 있다. BMW 최초의 순수 전기차 i3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차종에 삼성SDI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2015년부터는 폭스바겐그룹 산하 아우디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탑재 차량은 Q6·Q7 등이다.
김우섭/양길성 기자 duter@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