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정작 서비스를 받는 환자 수요는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한 비대면 진료 서비스 회사 대표의 말이다. 지난 14일 ‘비대면 진료 제도 안착을 위한 규제 합리화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환자 편의를 높이도록 비대면 진료 업체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꿈쩍 않는 복지부를 대신해 중소벤처기업부가 기업을 불러 마련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비대면 진료 업체 관계자들은 복지부가 오는 12월부터 시행하는 비대면 진료 세부안을 정하면서 의사, 약사 의견만 듣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복지부는 6월께 확정할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약사회, 대한약학회 등 4개 직능단체에만 의견 조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작성한 세부안엔 환자 불편을 초래할 만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초진 환자가 비대면 진료로 약을 처방받을 땐 최대 7일 치만 받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같은 의사에게 여러 번 비대면 진료를 받았더라도 대면 진료를 받지 않았다면 초진으로 분류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 환자의 80%는 새 규제가 적용된다. 매번 같은 약을 타는 만성질환자조차 비대면 진료를 통해 7일 이상 장기 처방을 받을 수 없다. 처방전만 받기 위해 병원에 가야 한다.
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약을 처방받은 고혈압 환자의 73%는 30~90일 치 처방전을 받았다. 다른 질환군을 포함해 전체 환자로 넓혀도 7일 이상 약을 처방받는 환자는 60%를 넘는다. 감기와 코로나19처럼 급성 감염 질환을 제외하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 상당수는 반복 관리가 필요한 질환을 앓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이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제도 개선으로 환자 불편만 커질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탈모와 여드름 치료제를 비대면 처방 금지 약물에 포함하는 방안도 문제다. 비대면 진료는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환자에게 유용한 도구다. 앞서 정부가 비대면 처방 금지 약물에 비만약을 포함하자 내분비내과 의사들이 고도비만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외모 개선 관련 약은 ‘오남용 위험’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환자에겐 ‘병원을 찾아가는 부담’이 치료 장벽이 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 규제를 강화하면 이들은 치료를 포기할 수 있다.
그동안 의사, 약사 등은 비대면 진료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복지부는 제도 개선 과정에서 이들과의 협의에만 집중하고 있다. 특정 이익집단이 아니라 환자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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