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가 시가 운영하는 식료품점 설립 계획을 본격화하며 공공이 유통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 실험에 나섰다. 가격 통제와 보조금 기반 경쟁이 민간 유통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시가 운영하는 첫 식료품점을 이스트할렘에 건설해 2029년 개장할 계획이다. 해당 매장의 건설 비용은 약 3000만달러로 추산되며, 임기 내 뉴욕 5개 자치구에 각각 1개씩 총 5개 매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전체 자본 투입 규모는 약 7000만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은 시가 민간 운영자를 선정하되 가격과 임금 수준을 엄격히 규제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기본 식료품인 빵과 계란 등은 보조금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직원 임금은 노조 기준을 적용할 계획이다. 사실상 가격 통제와 공공 보조를 결합한 형태의 유통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민간 식료품점과 보데가(소형 식료품점)에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시영 매장은 세금 부담이 없고 임대료 또한 시가 부담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수익을 고려해야 하는 기존 사업자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동일 지역 내 가격 경쟁이 심화하며 민간 점포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정책은 단기적 물가 안정 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공공이 공급망 일부를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저소득 지역의 식료품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강조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민간 유통 구조를 약화하고 시장 가격 형성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재정 여건은 이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뉴욕시는 이미 2027년까지 120억달러 이상의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뉴욕시 주택청은 약 780억달러 규모의 보수 비용이 필요하고, 대중교통 기관 역시 690억달러 수준의 투자 수요를 안고 있다. 공공 식료품점 확대가 이러한 필수 인프라 투자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공공 개입이 취약계층 보호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다만 가격 통제와 보조금이 결합한 모델이 실제로 시장 효율성을 유지하면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민간 사업자의 이탈이나 공급 축소가 발생할 경우 오히려 장기적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관건은 시영 식료품점이 단순한 가격 인하 수단을 넘어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여부다. 동시에 재정 부담과 민간 시장 영향 사이에서 정책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뉴욕 유통 정책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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