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조업 조용한 생산 호황…AI·항공우주가 끌었다

입력 2026-04-21 11:46   수정 2026-04-21 11:57


미국 제조업이 인공지능(AI) 수요를 중심으로 ‘조용한 호황’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장 일자리는 줄었지만 생산은 증가하는 이례적 흐름이 나타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제조업이 관세가 아닌 수요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월 이후 제조업 고용은 약 10만 명(0.6%)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생산은 2.3% 증가했고 출하액도 4.2% 늘었다. 고용과 생산이 엇갈리는 ‘비대칭 회복’이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의 핵심 동력은 AI 수요다. AI 확산으로 반도체, 네트워크 장비, 전력 및 냉각 설비 등 데이터센터 관련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 내 관련 생산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버티브는 2025년 미주 지역 매출이 전년 대비 42% 급증하며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혔다. 회사 측은 “사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항공우주 산업도 또 다른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해당 분야 생산은 28% 증가했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기대, 보잉 항공기 인도 확대, 글로벌 군비 경쟁 심화 등이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관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WSJ는 “이번 제조업 회복은 관세가 아니라 수요가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율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 산업은 수입이 14% 감소했지만 국내 생산도 3% 줄었고, 가구 산업 역시 수입 감소와 함께 생산이 동반 감소했다.

철강·알루미늄 등 일부 산업에서는 관세로 생산이 늘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는 “AI 관련 제조업은 수입을 대체하기보다 오히려 수입 증가를 동반하는 구조”라며 “미국 생산과 수입이 동시에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는 이번 사례가 재산업화 정책의 방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정부 정책이 시장 흐름을 거스르기보다 수요가 있는 산업을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항공우주 등은 기존 산업 기반과 수요가 맞물리며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지만, 의류·가구 등 노동집약 산업의 리쇼어링은 구조적으로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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