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세미나에서 고은 넥스트 부대표는 “올해 상반기는 K-스틸법, 석유화학 특별법 시행, GX 전략 확정이 맞물리는 청정 제조업 전환의 결정적 골든타임”이라며 “과거 성장 동력이었던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이 저물고 그에 따라 지역 경제까지 기울어가는 위기 상황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탄소 철강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하이렉스(HyREX) 상용화 전까지의 기술적 공백기를 메울 정교한 로드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단기적으로 DRI-전기로 도입을 가속화하고 해외 자원부국들과 협력해 HBI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글로벌 자원 전략'이 GX 전략에 담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넥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저탄소 철강 기술 가운데 2028년 하이렉스(HyREX) 30만 톤과 고로-전기로 복합공정 2단계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벤치마크를 충족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고 부대표는 중단기적 대안으로 DRI-EAF(직접환원철-전기로) 공정 도입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하이렉스 기술의 전폭적·지속적 지원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면서 HBI 도입을 위한 해외 전략 기지를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미영 미션 파서블 파트너십(MPP)의 한국 프로그램 총괄은 “중국은 이미 20개가 넘는 저탄소 철강 프로젝트와 15Mtpa 이상 규모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지키고 싶어 하는 고부가가치 시장에서도 저비용이면서도 저탄소인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제철소의 단기 수익성만 보면 투자가 어렵지만 국가 전체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는 한국이 배터리 저장장치(BESS)·전력망 통합·EPC·수소 제철 기술·프리미엄 제조업 등 기술 수출이 가능한 철강 가치사슬 전반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할 경우 상당한 고부가가치 기회 창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줄리에트 드 그랑프레 및 노라 장 뉴클라이밋 인스티튜드 연구원은 CBAM 체제 아래 한국이 저탄소 철강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랑프레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강화되는 무역 보호주의 등 한국 철강업계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 과제 속에서, EU CBAM은 보다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 체계와 잘 정의된 적용 범위, 그리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며 "이러한 정책적 확실성은 한국 철강업체에 중요한 전략적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쟁사보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면, CBAM을 단순한 규제 부담이 아니라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아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날 오후 넥스트와 기후솔루션이 공동으로 개최한 '석유화학 산업단지의 청정화학 전환을 위한 정책 및 투자 전략' 세미나에서 탈탄소 전환의 시급성과 함께 NCC 전기화, 히트펌프 등 석유화학산업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전환경로를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석유화학산업이 여수·울산·대산 등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강화되는 글로벌 탄소규제 속에서 탈탄소 전환을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지역경제 측면에서도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NCC 전기화와 관련해 BASF 등 해외 기업들이 이미 기술 확보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만큼, 국내 산업도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당 기술의 개발과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한계감축비용(MAC) 분석 결과에 대해 김 연구원은 “여수·울산·대산 모든 지역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감축비용이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초기의 높은 비용은 전환 과정의 진입장벽에 해당하며 이에 대한 정부의 초기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NCC 전기화가 도입될 경우 2025~2050년 누적 온실가스 감축 비용은 여수 약 36조원, 대산 약 31조원, 울산 약 23조원 등 전국 합계 약 9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김수강 넥스트 연구원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산특구) 제도를 활용한 여수산단의 전기화 전환 전략을 발표했다. 김 연구원은 “여수산단의 전기화는 전라남도의 재생에너지 공급계획 및 최근의 분산특구 지정을 고려했을 때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과제”라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여수산단이 글로벌 공급과잉과 탄소 규제라는 이중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며, NCC(납사분해센터) 설비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기반 전기화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 가열로를 NCC 2기에 적용하면 에틸렌 생산능력을 유지하면서 NCC 공정 탄소배출의 90% 이상을 감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전라남도의 재생에너지 잉여 문제와 여수산단의 전기화 수요를 동시에 해결하는 '수급 양면의 해법'으로서 여수산단의 전략적 가치를 조명했다.
넥스트 분석에 따르면 여수산단의 설비 구조개편을 통해 2030년 전기가열로를 1기 도입해도 전력수요는 약 19.5TWh로 2025년 대비 낮은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에 분산특구 직접거래를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 대비 저렴한 가격에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김 연구원은 분석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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