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 28일 오후 4시 4분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개인투자자 자금이 기약 없이 묶였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공모 리츠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츠는 배당 수익률이 연 5~7%에 달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원하는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아울러 법정관리 전 최대 3개월의 구조조정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가동을 요청했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날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가 중단됐다.
단기 유동성 압박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접적 원인이다. 회사 측은 이달 전자단기사채 400억원어치와 공모사채 600억원어치 만기가 도래한 데 이어 다음달 4일 1000억원 규모 환 헤지 정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 빌딩 등 해외 부동산을 담은 상품으로 202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파이낸스타워는 벨기에 정부 기관이 100% 임차한 우량 자산이지만 최근 들어 시장 가치가 뚝 떨어졌다. 빚이 많은 가운데 담보 자산의 감정평가액이 하향 조정되자 제이알글로벌리츠에 자금을 빌려준 벨기에 금융회사들이 과거 맺은 계약에 근거해 지난 16일 자금을 동결했다.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주식시장을 통한 매매는 불가능하다.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자산 매각과 감자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제이알글로벌리츠 특별검사를 시작했다. 리츠 운용 과정에서 법 위반 사항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개미비중 90%, 2000억 묶여…거래 재개돼도 손실 불가피

▶마켓인사이트 4월 28일 오후 4시 17분
제이알글로벌리츠는 2020년 국내 최초의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로 증시에 상장했다. 연 7%대 고배당과 벨기에 정부라는 초우량 임차인을 앞세워 한때 ‘국민 리츠’로 불렸지만 상장 리츠 사상 첫 부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번 사태로 상장 리츠 시장 전반에 불신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식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이 가동되면 법원은 최장 3개월까지 회생 절차 개시를 보류하고 채권단과의 협의 과정을 지켜본다. 협의가 결렬돼 정식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회생계획안 인가까지 통상 1년 이상이 추가로 소요된다.
리츠 ETF 투자자도 2차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PLUS K리츠 등 제이알글로벌리츠 편입 ETF는 리밸런싱(종목 교체)이 불가능하다. 거래 정지로 기초자산 가치 평가가 불명확해지면 ETF 순자산가치(NAV)와 시장 가격 간 격차인 괴리율이 커지고 유동성 공급이 위축된다. 투자자가 제값에 ETF를 사고파는 게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발행한 채권은 거래할 수 있지만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회사 신용등급은 지난달 ‘A-’에서 ‘BBB+’로 하향 조정됐고 전날엔 투기등급인 ‘BB+’, 이날엔 채무불이행을 뜻하는 ‘D’로 추락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전자단기사채(400억원)와 공모사채(3390억원) 등 시장성 차입금이 3790억원에 이른다. 이 중 상당액을 개인투자자가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금리와 고환율이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꼽힌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벨기에 파이낸스타워를 편입했을 때만 해도 벨기에 금융회사에 내야 하는 담보 대출금리가 연 1%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4년 말 차환(리파이낸싱) 과정에서 금리가 연 4~5%대로 급등했다. 여기에 유럽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이 치솟자 현지 대주단은 지난 16일 임대료 등 현금 흐름을 벨기에 금융회사 대출 상환에 우선적으로 쓰게 하는 캐시트랩을 발동했다.
이에 더해 원·유로 환율 급등에 따른 환헤지 정산금 부담도 겹쳤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투자금의 100%를 환헤지했는데, 최근 3년간 환율이 유로당 1350원대에서 1720원대로 27% 이상 상승해 약 1000억원의 정산금 부담이 발생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파이낸스타워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며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국 맨해튼 건물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상장 리츠 시장 전반에 대한 기피 현상으로 번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상장 리츠 25곳의 합산 시총은 10조7000억원에 달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시절 조달 구조가 고금리 환경에서 버티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한 것”이라며 “리츠 시장 전반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석철/배정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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