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3배속, 디즈니+ 무배속 고집하는 이유

입력 2026-05-01 21:00   수정 2026-05-01 21:03


직장인 김 모씨는 드라마나 예능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볼 때 원래 속도로 시청하는 일이 거의 없다. 출퇴근 시간 짬을 내 콘텐츠를 즐기다 보니 1.5배속이나 2배속이 기본이다. 김 씨는 “유튜브는 3배속까지 지원돼 빠르게 보기 좋은데 배속 기능이 아예 없는 디즈니플러스나 1.5배속밖에 안 되는 넷플릭스는 조금 답답할 때가 있다”고 했다.

현재 가장 빠르게 볼 수 있는 OTT는 유튜브다. 유튜브는 지난해부터 프리미엄 가입자를 대상으로 최대 3배속의 고속 재생 기능을 추가했다. 30분가량의 다소 부담스러운 영상을 10분 만에 시청할 수 있다. 디테일한 내용까지 볼 필요가 없거나 공백이 긴 영상을 볼 때 특히 유용하다는 의견이 많다. 유튜브는 재생 속도를 0.05배속 단위로 세세히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모바일이나 TV 앱에서 배속 기능을 아예 제공하지 않는다. 제작자가 만든 원래 속도 그대로 보는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최대 1.5배속까지만 허용하며 디즈니플러스처럼 고속 재생 기능 도입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2배속을 지원한다.

이 같은 차이는 플랫폼이 콘텐츠를 바라보는 철학에서 나온다. 사업 초기 정보기술(IT)·테크 기업을 표방했던 넷플릭스는 인프라 구축이 어느 정도 끝나자 영화·드라마 등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승부를 보는 ‘프로덕션’ 성격이 짙어졌다. 캘리포니아 내에 기술·운영 본사(로스 가토스)와 콘텐츠 본사(할리우드)가 나뉘어 있고, 콘텐츠 관련 인력은 전체 직원의 절반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픽처스 등 할리우드 주요 영화사 출신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의 디즈니는 본래 영화 제작사가 모태여서 ‘예술가’ 정체성이 짙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가 창작자의 의도를 존중하는 문화가 강한 배경이다. 대사, 호흡, 사운드 등 제작자가 설계한 원형을 온전히 전달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인 주드 애퍼타우는 OTT의 배속 기능을 두고 “우리의 타이밍을 망치지 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1.5배속을 만들 때도 창작자들의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디즈니플러스의 경우 유아와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고 있어 배속 도입에 장벽이 더 많다.

반면 유튜브는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는다. 유튜버가 만든 콘텐츠를 유통하는 역할이다. 콘텐츠 또한 정보나 오락성을 전달하는 게 대부분이다. 긴 영화나 드라마를 요약해주는 유튜브가 인기를 끄는 게 단적인 예다. 이용자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영상을 소비하고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게 하는 것이 사용자를 플랫폼에 묶어두는 유튜브의 방식이다.

수익 구조도 정책 차이를 낳는 요인이다. 광고 기반 모델인 유튜브는 이용자가 배속을 통해 더 많은 영상을 시청할수록 광고 노출 기회가 늘어나 수익이 커진다. 반면 구독 모델인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입장에선 고배속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너무 빨리 소비해버리면 오히려 구독을 해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무리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도 유튜브 콘텐츠와 양적으로 견주기 어렵다. 체류 시간을 늘려 구독을 유지시키고 작품성을 강조해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합리적이다.

다만 이들 플랫폼에서도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를 요구하는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세대)는 긴 콘텐츠도 빠르게 보는 시청 패턴을 갖고 있다. ‘빨리빨리’ 문화가 강한 한국에선 특히 배속 도입을 원하는 사용자가 많다는 게 이들 플랫폼의 하소연이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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