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달랐다…한·일 최저임금 비교해 봤더니 [김일규의 정책 인사이드]

입력 2026-05-03 14:55   수정 2026-05-03 15:23


일본 혼슈 북부 아키타현은 2025년도 최저시급(1031엔) 적용을 올해 3월 31일 시작했다. 작년 10월 1일부터 새 최저시급(1063엔)을 적용한 혼슈 중부 군마현보다 6개월이나 늦었다. 아키타현은 일본 전국 평균 최저시급 인상액(66엔)보다 14엔 많은 80엔을 올린 만큼 인건비 부담이 커진 중소·영세 업체를 고려해 적용 시기를 늦췄다. 일본에서는 통상 매년 10월 새 최저임금을 적용하지만, 이번 평균 인상액이 역대 최대라는 점을 감안해 아키타현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업체에 준비 기간을 더 줬다.

한국처럼 일본에서도 최저임금은 기업 등이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지급해야 하는 최소한의 시급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결정 구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르다. 일본은 중앙정부가 각 지역을 경제 상황에 따라 A, B, C 등 3개 등급으로 구분해 지역별 인상 기준액을 제시한다. 각 지자체는 기준액을 참고하되 다시 지역 상황에 맞게 최저시급을 결정한다. 올해 최저시급이 가장 높은 도쿄는 1226엔, 가장 낮은 오키나와는 1023엔으로 203엔이나 벌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역별 최저임금을 결정한 뒤 지역 내 노사 요청에 따라 특정 산업의 최저임금을 다시 논의한다. ‘특정 최저임금’이다.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업종은 인재 유입을 위해 더 높은 최저임금을 설정한다. 일본 경제계는 특정 최저임금 적용을 더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 전체에 적용하는 최저임금을 인상해 모든 기업에 똑같은 부담을 안기는 대신 특정 최저임금을 통해 지급 여력이 있는 업종에 한해 인상하겠다는 의도다.


최저임금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일본과 달리 나라 전체, 모든 업종에 한날한시 일괄 적용하는 단 하나의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한국은 올해도 시작부터 파행이다. 지난달 21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는 권순원 위원장 선출에 반발한 민주노총 측 위원의 퇴장으로 쉽지 않은 여정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권 위원장이 ‘반노동’ 인사라며 거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만큼 파행 운영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올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전년 대비 2.9%(290원) 올랐다. 외환위기 여파로 2.7% 인상에 그친 김대중 정부 첫해를 제외하면,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노동계는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영계는 동결 또는 최소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노동계가 요구하는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여부,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구분 적용 등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업종별 구분 적용은 최저임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한차례 시행됐지만, 1989년부터 단일 최저임금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작년에도 적용 여부를 두고 투표했으나 반대 15표, 찬성 11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일본에서 치밀한 논의 끝에 결정된 지역별, 업종별 최저임금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일본의 최저임금 미만율(실제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근로자 비율)은 2% 안팎에 그친다. 한국은 10%를 훌쩍 넘는다.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부터 다시 마련해야 할 때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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