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만삭스 연구진은 2023년부터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양자컴퓨팅을 활용해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했다. 양자 알고리즘은 다양한 매개변수와 모델을 동시에 계산할 수 있어 기존 컴퓨터보다 더 효율적인 투자 전략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현재 양자컴퓨팅 기술로는 역부족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투자 수익률을 의미 있게 높이려면 최소 800만 개의 ‘논리 큐비트’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에서 사용하는 정보의 최소 단위다. 현재 기술은 100개 미만의 논리 큐비트를 구현한 상태다.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0개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 기술로는 알고리즘을 수백만 년 동안 실행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결론도 나왔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더라도 업무에 적용하려면 최소 수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골드만삭스 등이 상대적으로 난도 높은 문제 해결에 매달린 점도 양자컴퓨팅 활용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블룸버그는 “제약 및 방위업계가 양자컴퓨팅 활용 방향을 비교적 명확히 설정한 것과 달리 은행과 자산운용사는 리스크 관리, 수익 극대화, 자산 가격 예측 등 다양한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며 “과제가 광범위한 데다 하드웨어 제약까지 겹쳐 효과를 거두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사들이 애초에 섣부르게 투자를 결정했다는 지적도 내놨다. 일종의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구글이 2019년 자사의 양자컴퓨터가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릴 작업을 몇 분 만에 완료했다고 발표한 직후 금융사들은 앞다퉈 양자컴퓨팅 기술 적용에 나섰다. 양자컴퓨팅 전문 업체 리게티컴퓨팅의 수보드 쿨가르니 최고경영자(CEO)는 “테크업계가 양자컴퓨팅의 단기적 성능을 과대 포장해 금융업계의 기대를 부풀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기술 잠재력은 있는 만큼 많은 금융사는 양자컴퓨팅 연구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 않고 있다. 한국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은행 50곳 중 약 80%가 양자컴퓨팅 분야에 기술 실험 및 전략 투자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주요 활용 분야로는 투자 전략 및 포트폴리오 관리, 금융 자산 거래, 고객 신용평가, 사이버 보안 관리 등이 꼽힌다.
딜로이트는 2032년까지 금융서비스 회사의 양자컴퓨팅 투자 규모가 19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부 은행은 여전히 투자에 적극적이다. JP모간이 대표적이다. JP모간은 50명이 넘는 연구진을 구성한 뒤 포트폴리오 관리, 보안 등 적용 가능 분야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를 비롯해 HSBC, 스페인 은행 BBVA도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UBS는 약 50명의 애널리스트에게 양자컴퓨팅 기초를 가르치는 등 직원 역량 강화에 나섰다. HSBC는 지난해 IBM과 협력해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채권 거래를 시연하기도 했다. 여기서 HSBC는 제시된 채권 가격에서 주문이 실제로 체결될 가능성에 대한 예측 정확도가 기존보다 최대 34%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에 대해 “매매 예측력 향상은 금융사의 수익 증가와 시장 유동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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