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돈벼락 없다"…주식으로 돈 번 6080 부모들 돈 쓰는 곳

입력 2026-05-06 09:04   수정 2026-05-06 10:04


미국 고령층이 보유한 110조달러 규모의 자산이 자녀 세대로 빠르게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전 세대가 막대한 자산을 쥐고 있지만 장수와 소비, 배우자 상속이 맞물리면서 이른바 ‘부의 대이전’은 급격한 횡재보다 장기간에 걸친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X세대 2배 넘는 베이비붐 세대 자산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금융자문업계는 오랫동안 베이비붐 세대가 사망하고 자녀들이 자산을 물려받는 ‘거대한 부의 이전’을 주요 기회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실제 이전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느릴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부를 보유한 두 세대는 61~80세인 베이비붐 세대와 45~61세인 X세대다.

연방준비제도 자료 기준 2025년 4분기 베이비붐 세대의 총자산은 89조7000억달러로 집계됐다. X세대는 46조2000억달러, 침묵세대와 그 이전 세대는 20조6000억달러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18조7000억달러를 보유했다.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전 세대를 합치면 110조달러에 이르는 부가 고령층에 집중돼 있다.

다만 이 자산이 곧바로 젊은 세대로 넘어간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들은 더 오래 살고 있다. 특히 부유한 미국인은 '장수'와 '건강'에 큰돈을 쓰고 있다. 고급 여행과 고급 은퇴 커뮤니티에 대한 지출도 늘고 있다. 일부 부유층은 이미 자녀와 손주에게 주택 구입, 대학 등록금, 휴가 비용 등을 지원하며 자산을 조금씩 나눠주고 있다.

상속이 발생하더라도 상당한 자산은 먼저 배우자에게 넘어간다. 배우자는 대체로 같은 세대에 속한다. 올해 배우자에게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은 약 1조3000억달러다. 반면 X세대와 그보다 젊은 세대 상속인에게 넘어갈 자산은 약 2조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연구회사 세룰리 어소시에이츠의 전망이다.

브루킹스연구소 경제학자이자 전 연준 관계자인 존 세이블하우스는 "거대한 부의 이전이 일어나지 않는 국가는 없지만 이 현상이 늦어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부의 이전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쏟아지는 방식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고령층, 주로 주식으로 자산 불려
고령층 자산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비정상적으로 크게 늘었다. 많은 고령 미국인은 오래전에 주식을 사거나 사업을 시작했고, 이 자산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며 급등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베이비붐 세대는 1조달러 넘는 부를 추가로 얻었다. 이는 모든 세대 중 가장 큰 증가폭이었다.

자산 구성도 세대별로 다르다. 침묵세대와 그 이전 세대의 자산 21조달러 중 주식과 뮤추얼펀드 비중은 43%였다. 베이비붐 세대의 94조달러 자산에서는 주식 비중이 33%, 부동산 21%, 은퇴자산 18%, 사기업 지분 9%, 기타 자산 20%였다. X세대는 기업 지분 비중이 1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밀레니얼과 Z세대는 부동산 비중이 38%로 컸다.

세이블하우스와 동료 연구진은 연준 자료를 활용해 사망 시 이전 가능한 자산을 계산했다. 이는 가족 순자산에서 보통 상속할 수 없는 연금과 연금형 자산을 제외한 개념이다. 연구진은 이른바 상속 가능 자산이 1997년 국내총생산의 256%에서 2021년 424%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2021년은 해당 자료가 있는 마지막 해다.

증가분은 압도적으로 고령층에서 나왔다. 상속 가능 자산 증가의 97%는 가구주가 55세 이상인 가구의 자산 증가에서 발생했다. 전체 증가분의 약 75%는 55세 이상 가구 중 상위 10% 부유층의 자산 증가에서 나왔다. 결국 부의 이전은 전체 고령층보다 고령 부유층의 자산 축적과 더 깊이 연결돼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한 연령대가 아직 오래 살 수 있다는 점이 이전 속도를 늦춘다. 세이블하우스는 2021년 기준 총자산이 가장 많은 연령대가 55~64세였다고 계산했다. 이들은 앞으로 수십 년을 더 살 수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자 라지 체티 등의 분석에 따르면 소득 상위 1%는 평균적으로 80대 후반까지 산다. 이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보다 긴 수명이다.

부유층은 장수 산업에도 적극적이다. UBS가 억만장자 고객 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대부분은 "10년 전보다 더 오래 살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4%는 수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봤고, 37%는 약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19%였다.

이 과정에서 고령층은 계속 부를 축적할 수도 있다. 주식시장이 계속 오르면 자산은 더 커진다. 반대로 생활비와 장기요양 비용이 늘어나면 상속인에게 남길 돈은 줄어들 수 있다. 고령층의 소비와 의료·돌봄 비용은 젊은 세대가 예상하는 상속 규모를 낮추는 변수다.
상속 받는 연령대도 60대로...X세대가 큰 수혜
상속을 받는 나이도 올라가고 있다. 1998~2010년 사이 연준 조사에서는 50대 후반 미국인이 상속을 받았다고 보고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2013~2022년 조사에서는 60대 중반이 상속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령대로 바뀌었다. 세룰리의 차이스 호턴 부소장은 "모두가 돈이 밀레니얼 세대로 가고 밀레니얼이 다음 큰 기회라고 말하지만, 이는 상당히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결국 단기적으로 가장 큰 수혜자는 밀레니얼이 아니라 X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세룰리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고령층으로부터 거의 같은 규모의 상속을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 12년 동안은 X세대가 모든 세대 중 가장 많은 돈을 상속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밀레니얼은 한참 뒤 받을 듯
이 흐름은 금융업계의 고객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자산관리사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다음 대규모 상속 고객으로만 보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오히려 베이비붐 세대의 배우자, X세대 상속인, 생전 증여를 받는 자녀와 손주를 나눠서 관리해야 한다. 상속이 한 번의 큰 사건이 아니라 여러 단계로 나뉘어 진행되기 때문이다.

반대 시각도 있다.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고, 자산은 결국 다음 세대로 이동하는데, 다만 그 시점과 속도, 수혜 세대가 시장의 통념과 다를 뿐이다. 특히 보통 수준의 자산을 가진 많은 미국인은 아무것도 상속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부의 이전은 전체 가구에 고르게 퍼지는 현상이 아니라 부유층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의 핵심 변수는 고령층의 수명, 의료·장기요양 지출, 주식시장 흐름, 배우자 상속 비중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자산을 얼마나 소비하고 얼마나 생전 증여할지도 중요하다. 110조달러의 부는 언젠가 이동하겠지만, 그 과정은 갑작스러운 대이동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느린 이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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