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로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부동산 지형도를 재편하는 핵심 축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통이 가시화하면서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바뀌고 있다. 한경닷컴은 노선별 개통 효과와 역세권·비역세권 간 가격 격차, 거래 흐름 변화를 데이터와 현장 취재로 짚는다. 철로를 따라 달라지는 집의 가치와 시장 재편의 실체를 검증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실수요자들은 다 알 거예요. 송도에 직장만 있으면 수도권에서 송도국제도시만큼 살기 좋은 곳이 없거든요. 서울까지 이어지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이 뚫리면 정말 완성된 도시가 되는 겁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직장인 강씨는 "한 가족이 거주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라면서 연신 송도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습니다.

수도권에선 송도국제도시, 청라국제도시, 영종국제도시가 대표적입니다. 3곳 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 송도국제도시가 아닐까 합니다.
송도국제도시의 공식 명칭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입니다. 2003년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이 생기면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출범했고 그렇게 지어진 게 송도입니다.

송도에는 다른 곳엔 없는 조금 특이한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공구'라는 개념인데, 이는 '공사구역'을 줄인 말입니다. 송도는 11개 공구로 구성돼 있습니다. 송도는 바다를 메워 만든 간척지입니다. 공구 앞에 붙은 숫자는 땅을 메운 순서를 나타냅니다. 1·2·3·4·5·7공구는 개발이 이미 끝났고, 6·8·9·10·11공구는 개발 중입니다.
공구별로 특징이 다 다릅니다. 1·2공구엔 주거단지가 많고 4·5·7공구는 바이오산업에 특화됐습니다. 9공구엔 크루즈항, 10공구엔 인천항이 있습니다. 특히 송도 한가운데 있는 센트럴파크는 송도를 대표하는 공원입니다. 여의도공원보다 2배 더 큽니다.
송도국제도시는 '인천의 강남'
송도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교육열입니다. 송도는 '인천의 강남'으로 불리는데 이런 별명이 붙게 된 이유는 채드윅 국제학교 덕분입니다.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과정으로 운영되고, 졸업생 상당수가 미국이나 영국 등에 있는 해외 주요 대학에 진학합니다. 입학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가 돌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유명 연예인부터 재계 인사의 자녀가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국제학교뿐만 아니라 해외 유수의 대학도 있습니다. 글로벌 캠퍼스에 뉴욕주립대를 비롯해 조지메이슨대와 겐트대, 유타대 등이 입주했습니다.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인하대, 인천대 등도 있고 포스코고등학교도 유명합니다. 전반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송도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교통입니다. 서울에서 50㎞가량 떨어진 탓입니다. 송도에서 서울 주요 업무지구로 나가려면 최소 2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출퇴근한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4시간 이상은 길에서 시간을 버리게 되는 셈입니다.
다행히 GTX-B노선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GTX-B 노선은 인천대입구에서 인천시청과 부평을 거쳐 여의도, 서울역, 남양주 마석까지 총 82.8㎞를 잇습니다. 수도권 서부와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교통 축이 될 전망입니다. GTX-B 노선은 지난해 8월 민자 구간 착공이 본격화됐으며,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송도에 있는 인천 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에 GTX역이 생깁니다. 개통되면 인천대입구역부터 서울역까지 80분 걸리던 시간이 30분으로 단축됩니다. 당연히 서울 강남 접근성도 대폭 개선됩니다.
서울 접근성 개선에…6억이던 아파트가 14억으로 '쑥'
GTX-B노선이 생긴다는 소식은 송도 부동산 시장을 흔들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기준 송도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곳은 '송도더샵파크애비뉴'입니다. 이 단지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3월 15억5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GTX가 들어서는 인천대입구 초역세권에 있는 아파트입니다.옆에 있는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5BL)' 전용 84㎡도 14억7000만원(2021년 9월)까지 치솟았습니다. 이 면적대는 2018년만 해도 6억5000만원에 불과했는데 수도권 집값 상승, 송도 GTX-B노선 착공, 송도 개발 등에 힘입어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이들 단지 외에도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4BL)' 전용 84㎡가 13억7000만원(2021년 9월), '송도센트럴파크푸르지오' 전용 84㎡가 13억6500만원(2022년 2월),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 전용 84㎡가 13억6000만원,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3-1BL)' 전용 84㎡가 13억1000만원(2021년 12월)까지 오르는 등 한때 서울 집값과 맞먹는 수준으로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상당수 아파트의 집값이 아직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5BL) 전용면적 84㎡는 올해 최고가가 12억3000만원입니다. 과거 기록한 최고가 14억7000만원보다 2억4000만원 낮습니다. 송도더샵퍼스트파크F14BL 전용 84㎡도 지난 3월 11억원에 손바뀜했는데, 최고가인 13억7000만원보다 2억7000만원 빠진 수준입니다.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A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는 "그나마 송도 내에서 집값을 방어한 3공구, 1공구 정도만 저점에서 회복하는 상황"이라며 "전고점까진 아직 한참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GTX-B노선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고 본다"며 "개통되더라도 전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송도 집값 회복이 더딘 것으로 봅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거 송도 집값을 밀어 올렸던 교통 호재, 개발 호재 등이 이제는 힘을 많이 잃었다"며 "이전과 달리 투자 수요도 들어오기 어려운 환경이라 일자리 수요 등 새로운 동력이 있어야 집값이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일각에서는 매립지란 점이 송도 집값에 악영향을 준다고 했습니다. 강남 집값이 높은 것은 강남 땅의 희소성이 크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송도국제도시는 인천자유경제청이 필요성을 인정하면 땅을 매립해 추가 개발할 수 있다"며 "이런 점은 집값에 부정적인 요인 중 하나"라고 짚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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