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양적완화 결정…한국증시 영향은>

입력 2013-01-23 11:48  

일본의 무기한 양적완화 정책 시행 결정을 두고 증권가 전문가들은 당장은 엔저 현상이 오히려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적완화 정책 시행 시점이 예상과 달리 내년으로 밀리면서 급격한 엔저에 궁지에 몰렸던 국내 수출기업들이 한숨을 돌릴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엔저 기조가 확고해진 셈이어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에 심각한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엔저 완화에 ITㆍ자동차 반등, 내수주는 하락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22일 물가상승률 단기 목표치를 1%에서 2%로높이고, 내년부터 무기한 양적완화를 실시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매월 장기국채 2조엔과 단기채권 10조엔 등 13조엔 규모의 자산을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는 양적완화를 즉시 시행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에는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2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물가상승률 2% 상향은 예상했던 대로 나왔지만, 양적완화 관련 내용은 예상 수준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선 연일 하락하던 엔화 가치가 반등하는 `되돌림' 현상이일어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한때 달러당 88.42엔까지 떨어졌다.

일본은행 발표 전인 18일 달러당 89.93엔보다 1.51엔(1.7%) 낮아진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엔저ㆍ원고' 현상의 직격타를 맞았던 IT와 자동차가 일제히반등했다.

당분간 엔화 약세 기조가 주춤해져 국내 증시와 기업 경영 환경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업종지수를 보면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등이 속한 운송장비는 오전10시40분 현재 전날보다 1.90% 올랐다. 최근 급락에 따른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매력이 부각된 결과다. 전기전자는 0.80%, 기계는 0.45% 상승했다.

KDB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당분간 엔저현상이 완화되면서 '환율 트라우마'를 겪어 온 IT와 자동차의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연초 이래 아시아에서 한국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신주와 음식료품 등 내수주는 대체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 3사는 0.13∼1.89%씩 하락했다. 음식료품 업종지수는 전날보다 1.35% 낮은 54.61을 보이고 있다.

임 팀장은 "환율 문제로 IT와 자동차가 부진한 사이 내수주에 관심이 쏠린 면이있다"면서 "통신주 등 내수주는 작년말 배당시즌 이후에도 많이 올랐는데 환율 리스크가 약해진다면 조금 쉬거나 조정을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저 완화는 잠깐…중장기적 부담 우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되돌림'이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입을 모았다.

엔화의 가파른 약세 흐름이 일단 멈춘 듯 보이지만 엔화 약세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잠시간의 '숨 고르기'후 엔화 약세가 다시 가속화할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팀장은 "현재 되돌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엔화 강세로의 반전으로 보기힘들다"면서 "결국 단기조정후 약세 국면을 보일 것인만큼 이번 일본은행 발표는 장기적으로 한국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엔화 약세를 둘러싸고 미국, 유럽 등의 반발이 나올지 여부도 변수이지만당장 공식적인 경고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도 양적완화 정책으로돈을 찍어내는 마당인 만큼 일본 환율에 간섭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허진욱 연구원은 "내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화 약세에 대해 별다른 논의 없이 친정부 성향의 일본은행 차기 총재 후보자가 공식화될경우 엔약세가 보다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엔저 현상이 조정 또는 소강상태를 유지할 기간으로는 2개월 내외를 제시한 사람이 많았다.

서 연구원은 "일본은행 총재가 교체되는 4월에 추가정책이 나오면서 엔ㆍ달러환율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면서 "그때까지는 대체로 88달러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보이는 만큼 국내기업 입장에선 1분기까지는 시간을 번 셈"이라고 말했다.

임 팀장은 "엔화 가치 되돌림 현상이 두 달 정도 지속돼 3월초 엔ㆍ달러 환율이달러당 85엔 수준까지 돌아갈 것 같다"면서 "금년 말에는 100엔 정도를 봐야 할 것같고, 그러면 원엔 환율도 1천원선 근처나 1천원선을 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진욱 연구원은 올해와 내년말 기준 엔ㆍ달러 환율을 달러당 95엔, 100엔으로전망했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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