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3월 '감원 광풍' 시작…경제전반에 해고공포>

입력 2013-02-04 05:51  

증권가에 '사내실직', '권고사직' 등에대한 두려움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긴축경영에 나선 각 증권사가 지점을 대폭 줄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국내 증권사 지점 수는 1년 만에 100개 가까이 줄었다. 지점 통폐합으로 보직수가 감소하면 기존 직원들은 퇴사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의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업계 1위인 대우증권[006800]이 희망퇴직자를 신청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2012년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가 끝나는 3월께 '인력 감원 광풍'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은행, 보험, 신용카드, 저축은행 등 금융업계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조선, 해운, 건설 등은 물론, '엔저ㆍ원고'에 취약한 대기업과 하청 중소업체 등이 직격타를 맞으면서 감원압력은 빠르게 퍼질 수있다.

감원은 소비 위축→투자 축소→생산 감소→소득 감소→소비 더욱 위축 등의 경로를 거치면서 경제를 더욱 짓누르게 된다.

◇ 증권사 지점 1년 만에 98개 줄어 4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협회에 등록된 62개 증권사 지점 수는 모두 1천681개로 집계됐다.

2011년 9월 말에 집계된 지점 수는 1천779곳이다. 1년 만에 98곳이 사라졌다.

지점 수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미래에셋증권으로 39곳이 감소했다. 동양증권[003470]도 20곳을 없앴다.

지난해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003530](옛 푸르덴셜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기존 119개였던 지점은 103곳으로 16개가 줄었다.

이 밖에 메리츠종합금융증권(11개), 한국투자증권(6개), 대신증권[003540](5개)도 지점을 축소했다.

지점 수가 대폭 감소한 것은 극심한 업황 부진에 시달린 증권사들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점을 통폐합하면 인건비와 부동산 임대료 등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작년 말에도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증권사들의 지점 축소가 이어졌다.

현대증권[003450]은 작년 10월에 5개 지점을 통폐합했고 하나대투증권(12개), 유진투자증권[001200](4개)도 지점을 줄였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지점 통폐합이 잦으면 퇴사 압력도 높아진다"며 "두곳이었던 보직이 한 곳으로 줄어들면서 이른바 '사내실직' 상태가 되거나 퇴사를 결심하는 직원들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지점 통폐합 후 새로운 영업 책임자가 영입되는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해당책임자가 함께 일하던 부하 직원들을 데리고 오면 기존 직원들의 입지가 더 좁아지기 때문이다.

◇ 3월 증권가 '감원 광풍' 불어올 듯 업계 관계자들은 증권가의 구조조정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올해도 업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결산법인 중 연결실적을 제출한 증권사 17곳의 작년 4~9월 영업이익은 4천540억원으로 전년 동기(7천672억원)보다 40.8%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62개 증권사의 임직원 수는 4만3천91명으로 729명이 감소했다.

업계는 증권사의 2012 회계연도가 끝나는 3월께 '인력감원 광풍'이 닥칠 것으로점치고 있다.

증권사의 구조조정은 대체로 ▶조직개편 ▶영업지점 통폐합 ▶인력감원의 세 단계를 거친다. 지난해 지점 통폐합까지 진행됐으니 올해는 인력감원만이 남았다는 분석이다.

이미 업계 '자기자본 1위', '당기순이익 1위'인 대우증권이 감원의 불을 댕겼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차ㆍ과장급 7년차 이상과 부장 1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앞서 통합법인을 출범한 한화투자증권도 260여명의 희망퇴직을 완료했다.

1위 회사가 공개적으로 감원을 진행하자 다른 증권사들도 줄줄이 희망퇴직에 나설 설 수 있다는 전망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구조조정 칼바람이 본격화됐다는 뜻"이라며 "대형사의 눈치를 보던 중소형사들도 감원에 동참할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형사 관계자도 "중소형사의 작년 10월~12월 실적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2 회계연도가 끝나는 3월께 다수 증권사가 비용 절약 차원에서 인력 관련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약직이 많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대규모 인력 감원도 예상되고 있다. 회사에서 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직원들은 그대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지금까지는 '찻잔 속 태풍'이었던 증권사 인수합병(M&A)이 3월 이후 본격화할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들 두려운 마음으로 Ɖ월 광풍'을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 시장 전망이 안 좋은 데다 연초 거래대금 또한 낮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고 말했다.

◇거래소도 '사내실직' 골치…원인은 달라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한국거래소도 사내실직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원인이나 양상에 있어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상 한국거래소에서 팀장급 이상 보직을 맡으려면 최소한 과장 이상 직급에 올라야 한다. 근속연수로는 대략 15년 정도다.

하지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의 과장급이상 직원은 현재 461명으로 실제 팀장급 이상 보직 개수(127개)보다 네배 가까이많다.

이중 일부는 한때 보직을 맡은 간부급 직원이었지만 지금은 다시 팀원으로 강등됐다.

작년 공시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숨진 채 발견된 거래소 직원도이런 과정을 거쳐 보직을 반납하고 일반 팀원으로 강등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상위 관리자가 부하직원을 직접 선택하는 '부하직원 선택제'가 도입되면서 타의로 보직을 반납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직원 고령화와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상시 중장년퇴직 제도와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하고 부장과 차장 직급 사이에 부부장이란 새 직급을 만들어 넣는 등 방안을 강구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측은 "중장년 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신청이 활발한 편은 아니다"면서 "공공기관인 만큼 민간기업에 비해 부족한 정부의 명예퇴직금 지급 기준을 지켜야 하는데 직원 기대치에 못 미치는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상장사들도 실적비상…감원 가능성 감원은 상장사들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다.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나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까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한주요 상장사 37곳 중 51%(19곳)가 시장의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어닝 쇼크'를 나타냈다.

어닝 쇼크와 어닝 서프라이즈는 증권사가 내놓은 실적 전망치와 기업의 실제 영업이익 간 괴리율이 10%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대형 상장사에 이어 중소형 상장사도 조만간 실적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익 전망이 밝지 않다.

실적 발표를 앞둔 주요 72개 기업 중 지난 한 달 동안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조정된 곳이 74%(53곳)에 이르렀다. 이익 전망이 조금이라도 상승한 곳은 22%(16곳)에 불과했다.

최근 72개 기업 전체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7천205억원으로 작년 말 전망치 8조56억원보다 4% 감소한 상태다. 4분기 이익전망치는 지속적인 하향조정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종별로는 유틸리티의 영업이익이 작년 말 전망치보다 5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고 소재(-17%), 필수소비재(-10%), 에너지(-9%)의 전망치도 크게 하락했다. 통신서비스만이 한 달 새 전망치가 25% 상승했다.

(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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