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속도가 최근 5개월만에 처음으로 주춤했다.
엔·달러 환율의 월별 등락률을 살펴본 결과 작년 10월부터 계속 증가하던 상승률이 이번 달에 들어와 5개월만에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가파른 엔저에 대한 우려가 일본 안팎에서 터져나오는 만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대에 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엔저에 대한 우려가 완화하면서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자동차와 전기전자(IT)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이 시차를 두고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고려하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엔저 속도, 5개월來 첫 둔화…"환율 예측 가능해졌다" 26일 KTB증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의 월별 등락률이 최근 5개월만에 처음으로 이번 달에 둔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10월 2.41%이었던 엔·달러 환율 월별 등락률은 11월에는 3.31%, 12월 4.39%, 올 1월 5.73%를 나타내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가 이번 달(1∼22일) 들어2.59%로 둔화해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엔·달러 환율은 월말 기준으로 작년 10월 70엔대 후반을 나타냈으나 11월에는80엔대 초반, 12월에는 80엔대 중반으로 상승을 계속했다. 올 1월에 90엔대를 돌파한 엔·달러 환율은 이번 달에도 90엔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엔·달러 환율은 작년 9월 말과 지난 22일을 비교해 볼 때 최근 5개월 만에 19.8% 급등했다.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엔저 속도가 둔화한 것에 대해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바로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측면에서다.
KTB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환율이 연간 10% 이상 움직이면 변동성이큰 것으로 보는데 엔화는 최근 4개월만에 20% 가까이 급등했고 조정 과정도 없이 4개월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엔·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예상할 수 없게 됐고, 그결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에 노출된 국내 자산에 대한 매매가 부진해졌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5개월만에 엔저 속도가 둔화하면서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졌다"며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난 것도 환율에 대한 가시성이 생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엔·달러 환율, 100엔대 진입 힘들 것" 현재 증시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는 이어가겠지만 100엔대로 치솟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일본 안팎에서 가파른 엔저 진행속도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박상현 상무는 "엔·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까지 가파르게 하락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이를 용인해준 덕분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간신히 살아나고 있는 국면에서 엔저가 지금보다 진행돼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 업종에 악영향을 준다면 미국도 엔저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00엔선을 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엔저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일본 내에도 나온다.
'엔·달러 환율 상승→ 수입물가 상승→ 인플레이션 발생→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일본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재생상은 지나친 엔화약세가국채수익률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엔저가 지금보다 진행될 경우 일본 정부의 애초 계획과는 정반대로 물가 상승에따른 소비 위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까지 가지 못할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부의 애초 계획처럼 '엔·달러 환율 상승→ 수출기업 실적개선→ 투자·고용 확대→ 수요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고 수입물가만 높아질 경우 일본 국민의 후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새로운 일본은행(BOJ) 총재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원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선임되면 2차 양적완화를 조기에 단행할 수 있어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로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韓 '전차'업종, 주가상승…"아직 안심할 때 아니다" 엔저에 대한 우려가 작아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수출주가 부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IT가 엔화약세·원화강세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었던 만큼 엔저속도 둔화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2,289.73이었던 운송장비 지수는 2,532.31로올라 약 한 달 사이에 11% 가까이 상승했고, 같은 기간에 전자전기 지수도 10% 이상뛰었다.
KB투자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최근 엔화약세로 수출산업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할인율이 크게 확대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탈리아 총선과 미국 재정지출 협상 등 "주요국 정치 이벤트가 예상대로마무리된다면 주식시장이 다시 세계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출 종목의 주가도 올라 할인율이 차츰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차(電車)' 종목이 최근 엔화약세로 입은 '내상'을 확인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 상무는 "환율은 시차를 두고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므로 최소 1분기 실적은 확인해야 국내 기업의 피해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며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엔·달러 환율의 월별 등락률을 살펴본 결과 작년 10월부터 계속 증가하던 상승률이 이번 달에 들어와 5개월만에 처음으로 꺾인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가파른 엔저에 대한 우려가 일본 안팎에서 터져나오는 만큼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엔대에 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본다.
엔저에 대한 우려가 완화하면서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자동차와 전기전자(IT)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이 시차를 두고 기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고려하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엔저 속도, 5개월來 첫 둔화…"환율 예측 가능해졌다" 26일 KTB증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의 월별 등락률이 최근 5개월만에 처음으로 이번 달에 둔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10월 2.41%이었던 엔·달러 환율 월별 등락률은 11월에는 3.31%, 12월 4.39%, 올 1월 5.73%를 나타내며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가 이번 달(1∼22일) 들어2.59%로 둔화해 처음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엔·달러 환율은 월말 기준으로 작년 10월 70엔대 후반을 나타냈으나 11월에는80엔대 초반, 12월에는 80엔대 중반으로 상승을 계속했다. 올 1월에 90엔대를 돌파한 엔·달러 환율은 이번 달에도 90엔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엔·달러 환율은 작년 9월 말과 지난 22일을 비교해 볼 때 최근 5개월 만에 19.8% 급등했다.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엔저 속도가 둔화한 것에 대해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바로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측면에서다.
KTB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환율이 연간 10% 이상 움직이면 변동성이큰 것으로 보는데 엔화는 최근 4개월만에 20% 가까이 급등했고 조정 과정도 없이 4개월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시장은 엔·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예상할 수 없게 됐고, 그결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환율에 노출된 국내 자산에 대한 매매가 부진해졌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5개월만에 엔저 속도가 둔화하면서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졌다"며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난 것도 환율에 대한 가시성이 생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엔·달러 환율, 100엔대 진입 힘들 것" 현재 증시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는 이어가겠지만 100엔대로 치솟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일본 안팎에서 가파른 엔저 진행속도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박상현 상무는 "엔·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까지 가파르게 하락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 이를 용인해준 덕분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간신히 살아나고 있는 국면에서 엔저가 지금보다 진행돼 환율에 민감한 자동차 업종에 악영향을 준다면 미국도 엔저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엔·달러 환율이 100엔선을 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엔저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일본 내에도 나온다.
'엔·달러 환율 상승→ 수입물가 상승→ 인플레이션 발생→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은 일본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재생상은 지나친 엔화약세가국채수익률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엔저가 지금보다 진행될 경우 일본 정부의 애초 계획과는 정반대로 물가 상승에따른 소비 위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까지 가지 못할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부의 애초 계획처럼 '엔·달러 환율 상승→ 수출기업 실적개선→ 투자·고용 확대→ 수요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고 수입물가만 높아질 경우 일본 국민의 후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새로운 일본은행(BOJ) 총재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원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선임되면 2차 양적완화를 조기에 단행할 수 있어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로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韓 '전차'업종, 주가상승…"아직 안심할 때 아니다" 엔저에 대한 우려가 작아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수출주가 부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IT가 엔화약세·원화강세에 가장 민감한 업종이었던 만큼 엔저속도 둔화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2,289.73이었던 운송장비 지수는 2,532.31로올라 약 한 달 사이에 11% 가까이 상승했고, 같은 기간에 전자전기 지수도 10% 이상뛰었다.
KB투자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최근 엔화약세로 수출산업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할인율이 크게 확대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탈리아 총선과 미국 재정지출 협상 등 "주요국 정치 이벤트가 예상대로마무리된다면 주식시장이 다시 세계 경기회복에 초점을 맞추면서 수출 종목의 주가도 올라 할인율이 차츰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전차(電車)' 종목이 최근 엔화약세로 입은 '내상'을 확인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 상무는 "환율은 시차를 두고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므로 최소 1분기 실적은 확인해야 국내 기업의 피해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며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