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해외직접투자, 대기업의 19% 수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전후로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7일 한국수출입은행 산하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36억400만 달러로, 대기업 190억2천900만 달러의 18.9%에 그쳤다. 이 비율은 전년의 20.4%보다도 작아진 것이다.

자금력과 기업 규모 등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해외투자가 대기업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격차가 금융위기 이후 더 확대됐다는 점이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 금액 비율은 2005년에 58.2%였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까지 4년간인 2005∼2008년에 이 비율은 매년 35%를 웃돌았다. 중소기업의 해외투자가 대기업의 3분의 1 수준은 유지됐다.

하지만 이 비율은 2008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2011년(20.4%)을 제외하면 2009년 이후에는 20% 아래에서 맴돌았다. 최근 몇 년간 중소기업의 해외투자금액이 대기업 투자금액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 것이다.

이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는 위축됐지만 대기업의 투자는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9년∼2012년 4년간 대기업의 연평균 해외투자금액은 771억1천900만 달러로 2005∼2008년 연평균 423억9천200만 달러보다 81.91% 많았다.

반면 중소기업은 연평균 172억6천900만 달러에서 149억 달러로 14.78% 감소했다.

연간 투자금액으로는 대기업의 투자금액이 2005년 38억6천900만 달러에서 작년190억2천900만 달러로 4.9배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에 중소기업은 22억5천300만달러에서 36억400만 달러로 1.6배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 기간에 신규 해외투자 법인수는 대기업이 266개에서 310개로 16.5% 늘었지만중소기업은 1천601개에서 1천141개로 오히려 28.7% 줄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해외투자 격차의 확대는 기업 1곳이 투자한 금액의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2005년 대기업 1곳당 해외 투자금액은 480만 달러로 중소기업의 60만 달러에 비해 8배에 달했다. 작년에 중소기업 1곳이 120만 달러를 해외에 투자할 동안 대기업은 1천380만 달러에 달해 격차가 14배나 됐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의 경영이 어려워져 투자 여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국제 투자환경도 중소기업에 비우호적으로 바뀌었다.

해외경제연구소 김유신 부부장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해외투자 기회를 찾았지만 중소기업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해외에서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은 "한때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찾았던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도 최근들어 인건비가 급등해 중소기업이 투자하기에 불리한 환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엔저에 따른 수출 기업의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해외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수석연구위원은 "일본도 통화가 절상됐던 과거에는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서 대안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중소기업은 해외투자는커녕 국내에서 수익을 내기도 힘든 상황" 이라며 "중소기업의 해외투자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ohye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