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단기 업적주의 심화…'한탕' 기대말고 농사꾼 돼야"

입력 2015-08-02 04:05  

정해근 한화투자증권 S&T본부장 인터뷰

"'한탕'한다는 생각보다 농사꾼처럼 부지런히움직여야 합니다. 비가 올 때 모아서 가물 때 논에 물 대는 게 제대로 된 농사꾼 아닐까요?" 정해근(57) 한화투자증권 S&T(세일즈앤드트레이딩) 부사장(본부장)은 최근 여의도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부사장이 이끄는 S&T본부는 올해 상반기 5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작년상반기 198억원과 하반기 221억원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올해 상반기 한화투자증권 전체 영업이익이 483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S&T본부의성과는 더욱 눈에 띈다.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증가 등 파생상품의 운용 수익 증가세가 S&T본부의 운용 수익 증가를 견인했다.

작년 7월 S&T본부장에 임명된 정 부사장은 "주가연계증권(ELS)은 '백투백'(Backto back) 헤지보다 자체 운용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고 강조했다. 백투백 헤지는 외국계 투자은행(IB)에 ELS 상품에 내재된 옵션 등의 프라이싱 설계를 맡기는 방식이다.

그는 "ELS 운용 능력이 없는 곳은 백투백을 사다 팔 수밖에 없죠. 그러면 장이좋아도 그 돈, 나빠도 그 돈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체 물량을 많이 늘렸습니다.

그건 예전부터 내 철학이기도 해요." 정 부사장은 "더 안전한 구조의 상품을 제공하고 보수적인 운용 전략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정석을 지켰을 뿐"이라고 말했다.

1986년 산업은행에 입사한 정 본부장은 당시 유로달러, 통화선물 등을 거래하면서 독학으로 파생상품의 기틀을 만든 '금융공학 1세대'다.

2004년 대우증권으로 무대를 옮겨 트레이딩사업부장과 파생부문 총괄 이사 등을거쳤으며 2010년부터 동부증권 IB담당 부사장을 지내다 지금의 자리를 맡았다.

S&T본부는 개인을 상대하는 리테일(소매)과 기관을 상대하는 IB를 연결해주는일종의 고리 역할을 한다. 국내에선 2000년대 들어와서야 S&T의 개념이 생겨났지만,외국계 증권사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S&T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작업을 해 왔다.

"예전에는 수확한 사과만 갖다 주면 됐지만, 이제는 수요자들이 사과주스, 사과아이스바 등도 요구하고 있어요. 농촌에서 그걸 일일이 다 만들 수 없으니 중간에서사과를 갈고 설탕을 넣고 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S&T에요." 그는 증권업계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정 부사장은 "증권업계 내에서 단기 업적주의가 너무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중학교 동창이기도 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개인 성과급 폐지등 '파격 행보'를 보이자 이에 반발한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담당 직원들이 타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점에 대해서도 안타깝다고 했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는 말이 있죠. 낮에 일하는 '주경'이 실적에 대한 인센티브와 연봉이라면 밤에 글을 읽는 '야독'은 승진과 이동, 보직입니다. 주경이 그동안 얼마나 일했는지에 대한 과거지향적 개념이라면 야독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죠. 이 두 가지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정 부사장은 "증권업계 종사자들이 '주경'에만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며 "돈을많이 벌어들인 사람이 승진하고 임원이 되다 보니 시스템을 구축하게 하고 제도를개선하게 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시장이 좋든 나쁘든 트레이딩(매매)이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바람은 미풍이든강풍이든 불게 돼 있죠. 강풍을 바랄 게 아니라 꾸준히 자신의 배가 앞으로 가게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게 트레이더의 기본이죠." hanajja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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