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산·지역 구분없이 먹구름…中펀드서만 1조원 날려

입력 2016-01-17 08:09  

"안심하고 돈 맡길 곳이 없다." 연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부는 금융·자산시장의 혼란에 국내 펀드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대 저금리 상황에서 일반 누구에게나 보편화한 투자 상품인 주식형 펀드는 새해 들어 지역과 투자대상, 위험도 등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손실을 내고 있다.

◇ 중국관련 펀드에서만 1조원 평가손실…금 투자자만 웃었다 연초 가장 큰 손실을 낸 것은 중국관련 펀드들이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2개 중국본토펀드는 연초 이후 14일까지 누적 수익률이 -14.95%로 보름 새 4천873억원의 자산이 증발했다. 홍콩항셍지수에 투자하는95개 주식형 펀드도 11.82%, 5천380억원의 평가손실을 냈다.

불과 2주 만에 중국 관련 펀드에서만 1조원 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중국관련 펀드의 앞날은 비관적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인 3,000선마저 깨진 뒤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도 상하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5%(106.68 포인트) 급락한 2,900.97로 마감했다. 지수는 새해 첫 거래일(3,296.26) 종가보다 벌써 14%나 하락했으며작년 6월12일에 기록한 고점인 5,178,19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날 홍콩 항셍지수도 1.50% 떨어진 19,520.77에 마감해 2012년 9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 증시가 반등은커녕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홍매 대우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제한적인 증시 개입과 투자심리 약화로 추가하락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경기 둔화와 은행주를 제외한 대다수 주식의 고점 부담은 중국 증시의 하락을 부추기는 추가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국 증시가 작년에 고점을 향해 상승가도를 달릴 때 상투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물린 돈'이 많고 평가 손실 규모도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펀드 외에도 유럽(-5.61%), 브릭스(-8.83%), 일본(-8.20%), 북미(-9.87%)등 다른 지역 펀드도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천연자원(-12.13%), 소비재(-4.39%), 원자재(-7.14%), 농산물(-1.81%) 등 투자 대상별로도 대부분평가손실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도 연초 약세장에 597개 '액티브 주식형 펀드'가 모두 9천379억원어치의 자산을 허공에 날렸고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자산 가치도 6천485억원이나 증발하는 등 무더기 평가 손실을 내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의미 있는 수익을 낸 펀드는 안전자산의 대명사, 금(金)뿐이다.

국내 11개 금 펀드는 연초 이후 1.80%의 수익률을 올리며 42억원의 평가이익을냈다. 시장혼란기에 빛을 발하는 금값은 지난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물 기준으로 온스당 1,100달러를 상향 돌파하며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채권 상장지수펀드(ETF)도 수익을 냈지만 미미한 수준(0.07%)에 그쳤다.

◇ 펀드 투자자들, '오리무증' 장세에 불안감 증폭 이런 상황이다보니 펀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펀드의 장기 투자원칙을 고려해 단기 수익률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투자자들도 연초 심하게 요동치는 세계 자산시장 움직임에 초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손실을 감수하고 펀드를환매할지, 오히려 가격이 쌀 때 저가 매수를 위해 펀드에 더 투자해야 할지 고민에빠진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 세계 금융·자산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환매 또는 투자시점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시중 대형 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유가·환율·주가지수 등 주요 변수의 변동성이 너무 커 지금이 살 때는 아닌 것 같다"며 "기업 실적 부진과 신흥국 시장 투자 수요 감소 등 시장이 전반적으로 매우 안 좋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식운용 펀드매니저도 "중국의 변동성이 큰데다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해 당분간 시장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시장이 어느 정도 저점 수준에 온 만큼 일부 저가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 한 치 앞도내다보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유가는 개인적으로 배럴당 30달러 수준도 싸다고 봤는데, 더 떨어질지 몰랐다"라며 "현재 시점에서 펀드를 환매해야 할지, 견뎌야할지, 더 사야 할지 잘라 말하기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처럼 안갯속 장세 여파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자금을 맡기면서, 올해 들어 14일까지 수시입출금식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12조1천100억원의 돈이 몰렸다.

아예 안정성을 강조한 상품으로 눈을 돌려보라는 목소리도 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신흥국보다 선진국 투자펀드로의 접근이 유리하다"며 "안정성이 보강된 저위험·저수익 구조의 상품이나 자산에도 관심이필요하다"고 제안했다.

indigo@yna.co.kr, hyunmin623@yna.co.kr, ljungber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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