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품에 안긴 현대증권 '바이코리아' 신화의 주역

입력 2016-03-31 19:35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매물 신세로 전락

KB금융지주 품으로 넘어가게 된 현대증권[003450] 매각작업은 진통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지난 25일 마감된 매각 본입찰에서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등 3곳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결국 KB금융지주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KB금융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1조원대 초반의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알려졌다.

다른 후보자들과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 종결 능력, 할인 조건 등과 같은 비가격적 요소 평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로 현대그룹 구조조정 차원에서 시작된 이번 현대증권의 매각 작업도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현대증권은 금융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증권사로 평가되지만, 오랫동안 매각에시달리며 영업력에서 유무형의 타격을 받아왔다.

특히 현대증권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바이 코리아(Buy Korea) 펀드'로 국내 펀드시장에 주식형 펀드 열풍을 불러일으켜 온 국민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당시 이익치 회장이 이끌던 현대증권은 현대투신운용(현 한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바이코리아 펀드를 '저평가된 한국을 사라'는 슬로건과 함께 판매해 출시 3개월여 만에 12조원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해운경기 장기 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현대상선에서 촉발된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증권은 팔려나가는 신세가 됐다.

현대증권 매각 작업은 2013년 12월 유동성 위기를 맞은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을위해 시작되고서 27개월째 표류해 왔다.

현대증권은 작년 10월 일본계 금융자본 오릭스에 팔릴 뻔했지만 '파킹딜(일정기간 이후 경영권을 되사오는 계약)' 논란이 불거지면서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이 구조조정을 하겠다면서도 알짜 계열사인 현대증권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매각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밝히면서 올해 2월부터 재매각 작업을 본격화했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의 공개 매각 등을 포함한 추가 자구안을 확정지으면서 재매각 절차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현대그룹은 자금 조달과 자구안 이행 계획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고 확실한 거래 종결을 원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최근 재개된 현대증권 인수전은 일찌감치 인수 후보로 나선 한국금융지주[071050]와 KB금융지주의 2파전 양상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본입찰 마감을 앞두고 사모펀드 LK투자파트너스의 투자제안을 받은 미래에셋증권이 참여를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격랑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이 불참하는 쪽으로 최종 가닥을 잡아 경쟁구도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현대증권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가 제시한 기준가격도 막판변수 요인으로 꼽혔지만, 후보들이 모두 이 기준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냈다.

막판에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일정이 시시각각 바뀌며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인수 후보자 3곳이 제시한 가격과 현대엘리베이터[017800]의 기준가격 비교는 29일 이미 이뤄졌음에도 "비가격 요소를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유로 발표가 계속미뤄졌다.

애초 가격 비교 직후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논의할 내용이 남았다는 이유로 30일 오전으로 발표가 한 차례 연기된 데 이어 다시 4월1일로미뤄졌다.

이 과정에서 액티스가 최고가로 응찰해 매각자 측의 고민이 깊어졌다는 등 다양한 설이 난무했다.

결국 새로 확정된 발표일에 하루 앞선 이날 오후 새 주인으로 KB금융이 선정됐다고 갑작스럽게 통보되면서 끝까지 혼선이 빚어졌다.

전반적으로 현대증권 매각 작업은 현대그룹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통상적인 기업인수·합병(M&A) 절차에서 벗어나 각종 의문과 혼선 속에 마무리돼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됐다.

KB금융지주는 현대상선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상세 실사와 최종 가격협상,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오는 5∼6월께 매각 절차를 최종 마무리짓게 된다.

sj997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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