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대우조선해양에서 벌어진 회계장부 조작 사건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계는 기업의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진단서 역할을 합니다.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 판단을 할 때 중요한 잣대로 활용되는 회계가 거짓으로 꾸며지면 자본주의 체제는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국 회계 관리·감독 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온 '엔론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검찰 수사로 추악한 회계부정(분식회계)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 '엔론'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 새삼 나오고 있다.
2001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든 에너지기업 엔론의 분식회계와 뒤이은 파산은 여러 면에서 아직 진행 중인 대우조선 사건과 닮았다.
승승장구할 것 같기만 하던 대기업에서 갑자기 천문학적인 부실이 드러난 '회계절벽'이 발생한 점이나, 임직원들이 허위 재무제표를 토대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등 제 주머니 챙기기에 급급했던 모습은 시공간을 초월한 판박이다.
엔론 사태를 거론하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에는 우리나라 현행 시스템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엔론의 분식회계 책임자는 2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졌고 부정을 묵과한 회계법인은 아예 문을 닫는 등 패가망신(敗家亡身) 수준의 가혹한 처벌이 가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회계부정 사건 연루자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만이뤄졌다.
대우조선 사태를 계기로 수많은 가장을 실직자로 만들고 막대한 혈세를 낭비케하는 기업의 회계부정 범죄에 대한 처벌수위를 대폭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있다.
◇ 거짓말로 벌인 성과급 잔치…엔론과 대우조선의 닮은꼴 엔론은 2001년 10월 갑자기 그해 3분기에 6억1천800만달러의 손실이 났다고 공시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엔론은 2000년 매출이 1천10억 달러에 달했고 세계 40여개국에 2만1천 명의 직원을 둔 미국 7위 대기업이었다. 경제지 포천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연속 엔론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엔론은 차입에 의존해 무리하게 신규사업을 추진하다가 부실이 발생하면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이들 SPC에 떠넘기는 식으로 15억 달러 규모의 회계부정을 숨겨온 사실이 드러나 결국 그해 12월 파산했다.
엔론은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데 회계기록과 실제거래 간에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는 에너지 거래의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
이는 대우조선이 수주산업의 특성을 바탕으로 공사 진행률을 따져서 이익을 산출하는 '투입법'을 악용해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과 비슷하다.
대우조선은 공사 진행률을 조작해 회계장부를 부풀려 2013년 4천409억원, 2014년 4천711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작년 5월 새로 취임한 경영진이 전 경영진 시절의 부실을 단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하면서 회계를 바로잡자 각각 7천784억원, 7천429억원의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분식회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도 비슷했다.
대우조선은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켜 호실적을 냈다고 발표하고는 2013년부터작년까지 2천900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대우조선의 주인인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회계부정을 감시하기는커녕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자리를 나눠 먹고 고연봉을 챙기며 대우조선의 부실을 더욱 키우기만 했다.
엔론도 역시 회계부정으로 부실을 숨기고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뿌려댔다.
이 때문에 엔론이 성과급을 지급하는 날이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고급 스포츠카가 회사 앞에 모여든다는 뜻에서 '자동차의 날(Car day)'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회사가 안으로 썩어가면 직원들의 윤리의식도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영국 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엔론에서 사내 불륜이 만연했고 고위 임원들의이혼이 유행하는 등 윤리의식이 바닥 수준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우조선에서는 차장급 직원이 회삿돈 180억원을 빼돌려 고급 아파트와 외제차,명품을 사들이면서 흥청망청 사치를 부렸지만 회사는 8년간 까맣게 몰랐던 사실이뒤늦게 드러나 전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 엔론 대표 징역 24년…우리나라는 최고 징역 7년 엔론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워낙 컸던 탓도 있지만 엔론의 회계부정 연루자들은엄벌을 피하지 못했다.
엔론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은 1심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다.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은 중형 선고를 앞두고 심장마비로 감옥에서 사망했고, 존 클리퍼드 백스터 전 부회장은 청문회 직전 권총 자살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당시 엔론의 외부감사를 맡으면서 분식회계를 묵인했던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은엄한 처벌을 받고 시장의 외면 속에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큰 피해를 초래한 분식회계 범죄를 저질러도 임직원 처벌은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7천만원 이하에 불과하다.
그나마 최고형량을 채운 기업인은 없다. 기업에 대해 부과되는 과징금도 최대 2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분식회계로 적발된 기업 임직원 처벌 형량은 원래 징역 3년이었지만 엔론 사태를 계기로 5년으로 강화됐다가 다시 7년으로 늘어난 것"이라고설명했다.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에 내린 제재도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작년 8월까지 부실 감사한 회계법인에 대한 조치는 36건 있었지만 이중 회계법인 등록 취소나 1년 이내의업무 정지 같은 중징계는 한 건도 없었다.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STX조선해양의 감사를 맡은 삼정KPMG가 올해 2월받은 징계라고는 손해배상공동기금 30% 추가 적립과 STX조선해양에 대한 감사업무제한밖에 없었다.
엔론 사태는 미국에서 회계부정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금융당국은 2002년 회계 개혁법으로 불리는 '사베인-옥슬리법(Sarbanes Oxley Act)'을 마련해 2004년 시행했다.
이 법은 회계와 관련된 기업문서의 보존과 내부 통제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한편 동일한 회계법인이 한 회사의 회계 감사와 컨설팅 서비스를 동시에 할 수 없게했다.
우리 금융당국도 대우조선 회계절벽을 경험하고 나서 대대적인 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회계업계의 반발에 부닥치거나 규제 완화라는 정책 기조에 역행한다는이유로 개정 내용은 반 토막 수준으로 축소됐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분식회계를 주도한 임원이 다른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이 있었으나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부실 감사를 한 회계법인의 대표를 처벌하는 내용은 규개위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폐지 권고를 받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겨우 통과됐다.
이와 함께 해운이나 조선, 건설 등 수주산업 기업들의 사업장별 공사 진행 내역과 미수금, 미청구공사액 등을 공시하도록 추진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서(K-IFRS)와 일반기업회계기준서 개정안은 업계의 강한 반발에 밀려 기밀유지 협약을 맺은 경우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수정됐다.
기업이 계약할 때 상대방에게 기밀유지 조항을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식으로 공개를 막을 방법이 생긴 것이다.
애초 공사와 관련한 손실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공사손실 충당부채와공사손익 변동금액 등도 사업장별 공시 대상에 넣으려고 했지만 사업장에 따라 구분되지 않는 영업부문별 공시 대상으로 바뀌는 식으로 완화됐다.
banan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검찰 수사로 추악한 회계부정(분식회계)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 '엔론'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 새삼 나오고 있다.
2001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든 에너지기업 엔론의 분식회계와 뒤이은 파산은 여러 면에서 아직 진행 중인 대우조선 사건과 닮았다.
승승장구할 것 같기만 하던 대기업에서 갑자기 천문학적인 부실이 드러난 '회계절벽'이 발생한 점이나, 임직원들이 허위 재무제표를 토대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등 제 주머니 챙기기에 급급했던 모습은 시공간을 초월한 판박이다.
엔론 사태를 거론하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에는 우리나라 현행 시스템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엔론의 분식회계 책임자는 2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졌고 부정을 묵과한 회계법인은 아예 문을 닫는 등 패가망신(敗家亡身) 수준의 가혹한 처벌이 가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회계부정 사건 연루자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만이뤄졌다.
대우조선 사태를 계기로 수많은 가장을 실직자로 만들고 막대한 혈세를 낭비케하는 기업의 회계부정 범죄에 대한 처벌수위를 대폭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있다.
◇ 거짓말로 벌인 성과급 잔치…엔론과 대우조선의 닮은꼴 엔론은 2001년 10월 갑자기 그해 3분기에 6억1천800만달러의 손실이 났다고 공시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엔론은 2000년 매출이 1천10억 달러에 달했고 세계 40여개국에 2만1천 명의 직원을 둔 미국 7위 대기업이었다. 경제지 포천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6년 연속 엔론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엔론은 차입에 의존해 무리하게 신규사업을 추진하다가 부실이 발생하면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이들 SPC에 떠넘기는 식으로 15억 달러 규모의 회계부정을 숨겨온 사실이 드러나 결국 그해 12월 파산했다.
엔론은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데 회계기록과 실제거래 간에 상당한 시차가 발생하는 에너지 거래의 특성을 십분 활용했다.
이는 대우조선이 수주산업의 특성을 바탕으로 공사 진행률을 따져서 이익을 산출하는 '투입법'을 악용해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과 비슷하다.
대우조선은 공사 진행률을 조작해 회계장부를 부풀려 2013년 4천409억원, 2014년 4천711억원의 흑자를 냈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작년 5월 새로 취임한 경영진이 전 경영진 시절의 부실을 단번에 털어내는 '빅배스(Big bath)'를 하면서 회계를 바로잡자 각각 7천784억원, 7천429억원의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분식회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도 비슷했다.
대우조선은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켜 호실적을 냈다고 발표하고는 2013년부터작년까지 2천900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대우조선의 주인인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회계부정을 감시하기는커녕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 자리를 나눠 먹고 고연봉을 챙기며 대우조선의 부실을 더욱 키우기만 했다.
엔론도 역시 회계부정으로 부실을 숨기고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돈으로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뿌려댔다.
이 때문에 엔론이 성과급을 지급하는 날이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고급 스포츠카가 회사 앞에 모여든다는 뜻에서 '자동차의 날(Car day)'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회사가 안으로 썩어가면 직원들의 윤리의식도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
영국 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엔론에서 사내 불륜이 만연했고 고위 임원들의이혼이 유행하는 등 윤리의식이 바닥 수준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우조선에서는 차장급 직원이 회삿돈 180억원을 빼돌려 고급 아파트와 외제차,명품을 사들이면서 흥청망청 사치를 부렸지만 회사는 8년간 까맣게 몰랐던 사실이뒤늦게 드러나 전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 엔론 대표 징역 24년…우리나라는 최고 징역 7년 엔론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워낙 컸던 탓도 있지만 엔론의 회계부정 연루자들은엄벌을 피하지 못했다.
엔론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은 1심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았다.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은 중형 선고를 앞두고 심장마비로 감옥에서 사망했고, 존 클리퍼드 백스터 전 부회장은 청문회 직전 권총 자살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당시 엔론의 외부감사를 맡으면서 분식회계를 묵인했던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은엄한 처벌을 받고 시장의 외면 속에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큰 피해를 초래한 분식회계 범죄를 저질러도 임직원 처벌은 징역 7년 이하 또는 벌금 7천만원 이하에 불과하다.
그나마 최고형량을 채운 기업인은 없다. 기업에 대해 부과되는 과징금도 최대 2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분식회계로 적발된 기업 임직원 처벌 형량은 원래 징역 3년이었지만 엔론 사태를 계기로 5년으로 강화됐다가 다시 7년으로 늘어난 것"이라고설명했다.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에 내린 제재도 솜방망이 수준이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작년 8월까지 부실 감사한 회계법인에 대한 조치는 36건 있었지만 이중 회계법인 등록 취소나 1년 이내의업무 정지 같은 중징계는 한 건도 없었다.
2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STX조선해양의 감사를 맡은 삼정KPMG가 올해 2월받은 징계라고는 손해배상공동기금 30% 추가 적립과 STX조선해양에 대한 감사업무제한밖에 없었다.
엔론 사태는 미국에서 회계부정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금융당국은 2002년 회계 개혁법으로 불리는 '사베인-옥슬리법(Sarbanes Oxley Act)'을 마련해 2004년 시행했다.
이 법은 회계와 관련된 기업문서의 보존과 내부 통제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한편 동일한 회계법인이 한 회사의 회계 감사와 컨설팅 서비스를 동시에 할 수 없게했다.
우리 금융당국도 대우조선 회계절벽을 경험하고 나서 대대적인 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회계업계의 반발에 부닥치거나 규제 완화라는 정책 기조에 역행한다는이유로 개정 내용은 반 토막 수준으로 축소됐다.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분식회계를 주도한 임원이 다른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이 있었으나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부실 감사를 한 회계법인의 대표를 처벌하는 내용은 규개위에서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폐지 권고를 받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고 겨우 통과됐다.
이와 함께 해운이나 조선, 건설 등 수주산업 기업들의 사업장별 공사 진행 내역과 미수금, 미청구공사액 등을 공시하도록 추진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서(K-IFRS)와 일반기업회계기준서 개정안은 업계의 강한 반발에 밀려 기밀유지 협약을 맺은 경우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수정됐다.
기업이 계약할 때 상대방에게 기밀유지 조항을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식으로 공개를 막을 방법이 생긴 것이다.
애초 공사와 관련한 손실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공사손실 충당부채와공사손익 변동금액 등도 사업장별 공시 대상에 넣으려고 했지만 사업장에 따라 구분되지 않는 영업부문별 공시 대상으로 바뀌는 식으로 완화됐다.
banan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