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KAIST 1호 농사꾼 기부자 오기홍씨

입력 2014-10-21 10:44  

"두 아들이 받은 장학금을 돌려 드리는 것뿐입니다. 기부라는 말은 황송하지요." KAIST(한국과학기술원) 졸업생의 학부모인 농부가 학교에 5천만원의 발전기금을기부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오기홍(61) 김순이(59)씨 부부.

제주 서귀포시 섭지코지에서 밀감 농장을 운영하는 오씨 부부에게는 아들이 둘있다.

제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두 아들 환희·환엽씨는 한양대 공대를 졸업한 뒤각각 2005년과 2009년 KAIST 기계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학부에서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던 두 아들은 석사도 등록금과 기숙사가 지원되는 KAIST를 택해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았다.

이어 KAIST에서 기계공학과 박사 학위를 마친 첫째 며느리까지 들어오면서 오씨집안에서만 KAIST 졸업생을 셋이나 배출하게 됐다.

남들은 연간 1천만원이 넘는 자녀 등록금 때문에 등골이 휜다지만, 오씨는 잘자라준 두 아들 덕분에 1만평 규모로 시작했던 밀감 농장을 두 배 이상 키울 수 있었다.

지금은 고사리와 브로콜리, 무 등 다양한 채소들을 재배하고 있으며 10년 전부터는 펜션도 함께 운영중이다.

오씨는 "그저 제주에서 나고 자라 같은 지역 출신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 쭉 농사를 지어온 평범한 농사꾼일 뿐"이라며 "아이들이 착하게 자라주어 고맙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많이 부러워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씨는 "사실 동네 사람들은카이스트가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른다"며 "나는 술도 안 먹고, 잘 어울리지도 않으니손가락질이나 안 받으면 다행"이라고 전했다.

장남은 LG를 다니다 현재는 로스쿨 2학년에 재학 중이고, 차남은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씨는 "제 주제에 '기부'라고 하면 남들이 욕할 것 같다"며 "늘 나라에 빚을진 기분이었는데 조금이라도 갚게 돼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창중 KAIST 발전재단 사무국장은 "대부분 기부자는 기업인이나 명망가, 자산가 등인데 농부는 오씨가 처음"이라며 "기부금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이나 학교 발전기금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기금 전달식은 21일 오전 KAIST 총장실에서 열렸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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