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론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는 오늘부터 이틀에 걸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의미와 대표적인 사례를 조명하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이승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살고 있는 주부 양선빈 씨. 양 씨는 한 달에 두 번 각종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는다. 진열대는 각종 제품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지만 양 씨의 눈길을 끄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친환경 활동에 적극적인 한 회사의 제품이다. 멜라민과 석면탈크 파동 등을 거치면서 요즘엔 믿음이 가는 회사의 제품를 먼저 찾게 된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쓰는 물건을 고를 땐 더욱 더 그렇다.
<인터뷰> 양선빈/강서구 화곡동
“아이들이 쓰는 건데 아무거나 사용할 수 없잖아요. 이 회사 자체가 좋은 활동도 많이 하고 그러니까 믿음이 가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다시 구매를 하게 돼요.”
근래 들어 양 씨처럼 품질 뿐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기업을 보고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친환경 제품이나 친환경 이미지가 강한 기업들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녹색소비자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인터뷰>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기획처장
“기업의 친환경 활동이나 환경을 고려한 제품의 생산, 시스템의 구축 등은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환경에 좋을 뿐만 아니라 그런 제품들은 좀 더 안전하고 보다 더 사람에게 건강한 제품들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런 기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소비자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책임을 다 하려는 노력들을,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활동들을 하기 때문에 친환경 상품의 생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더 소비자들에게 좋은 기업이고 더 사회적 역할을 다 하는 기업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녹색소비자가 늘면서 이 기업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7월 유아용 스킨케어 시장에 첫 진출했고 소비자들이 유아용품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는 통념을 깨고 1년 반 만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인터뷰> 손승우 유한킴벌리 부장
“오랜 기간 기울인 제품개발 노력도 있었지만 그 외에도 자연친화적인 기업이미지가 굉장히 크게 어필한 것 같다. 특히 요즘 유아용품에서는 자연친화적인 제품이나 웰빙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여기에 어필했고 그런 제품으로 출시한 그린핑거가 크게 성공한 것으로 생각한다.”
친환경활동을 펼쳐 온 기업의 성공이 의미 있는 이유는 아직 한국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제 몸 추스르기에도 벅찬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사회공헌활동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 "사회공헌활동 더 부각된다"
지난해 9월. 세계 자본의 심장인 뉴욕은 9.11 테러 때만큼이나 강한 쇼크에 빠진다. 리먼브라더스와 AIG, 메릴린치 등 세계 자본을 움직이는 미국의 얼굴이 동시에 무너지면서 세계경제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환율은 크게 올랐고 주가는 연일 폭락했다. 제2의 IMF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사회에 팽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 평소 여유 자금을 바탕으로 이뤄졌던 사회공헌활동도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이는 시대착오적인 대응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금 겪고 있는 전세계적인 위기가 미국 금융업계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만큼 이번 일로 기업의 도덕적 책무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높아질 거란 얘기다.
<인터뷰>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용평가회사들이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 했고 거기에 투자회사들이 회사가 망할 정도의 많은 보너스를 받으면서 도리어 단기 업적주의를 취하고 많은 위험을 취하면서 영업을 했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성공하는 기업 중에는 불황기에 공격적인 투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곳이 적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모두 주춤하는 사이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역발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 자본도 사회적 책임을 선호한다
아직도 한국에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단지 이미지 관리용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대다수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공헌활동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누리는 이익은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제적인 효용. 앞으로는 사회책임활동에 충실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져 이들 기업들은 자금조달에서도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사회책임이란 사회공헌활동 뿐 아니라 건전한 지배구조와 노사관계 등 기업이 져야할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더 넓은 개념.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을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낸 뒤 이를 바탕으로 금융상품을 만들어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인터뷰>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
"사회책임투자지수라고 얘기하는데 거기에 편입이 되면 그 지수를 가지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든다. ETF(상장지수펀드)라든지.. 그러니까 SRI ETF(사회책임투자지수 펀드)가 막 나올 거다. 여기에 편입되는 회사들은 그 펀드를 통해서 자동적으로 투자가 되니까 주가가 그만큼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말은 바로 이들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얘기.
과연 그런 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자산운용사를 찾았다.
이곳은 지난 2007년부터 사회책임활동이 우수한 기업을 추려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 펀드를 운용해 왔다.
지난해 증시가 워낙 좋지 않았던 탓에 이곳의 사회책임투자 펀드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하진 못했지만 2008년 1년 동안 코스피보다 12%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인터뷰> 백재열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들이 전통적인 영업이나 재무리스크 뿐 아니라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도 다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이익성장성이 높고 결국 주가수익률로 나타난다는 것이 이론이나 경험으로 다 검증된 것이다. 그런 검증된 펀드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수익률 측면은 최근 1년 기준으로 12.8% 정도로 시장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결국은 지속가능성 높은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미국과 유럽 등 금융선진국에선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이미 보편화 돼 있다. 전세계적으로 펀드 규모가 약 3천조 원에 육박한다.
미국에서 지난 1984년 사회책임투자를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투자액이 400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금액은 1995년 6천390억 달러, 2005년엔 2조2천900 달러로 급증한다. 전체 펀드 10곳 중 1곳은 사회책임투자 펀드인 셈이다.
유럽의 경우도 2003년엔 3천360억 유로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1조1천380억 유로로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전체 펀드의 10~15%가 사회책임투자 펀드다.
이에 반해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올해 3월 기준으로 국내 사회책임투자 펀드 규모는 1조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경제에 전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각국의 사회책임투자 자본이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미국의 금융정보 제공기관인 다우존스가 국내 사회책임투자 시장진출에 나선다.
다우존스는 한국생산성본부와 독점계약을 통해 올해 10월께 국내 기업의 재무정보 뿐 아니라 경제와 환경, 사회적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속가능경영지수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투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위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중이다.
<인터뷰> 존 프레스보 다우존스 인덱스 대표
"유럽이나 캐나다, 미국에선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펀드가 많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물밀 듯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책임투자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하반기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아우르는 사회책임투자 지수를 도입한다.
현재 지수선정 기준을 연구 중이며 이 작업이 완료되면 수익률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지수에 편입되는 기업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이 가장 확실한 투자유지전략으로 통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 사회적 책임, 무역장벽 될 수도
지난 2001년 말. 일본의 소니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네덜란드에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를 내놓았다. 하지만 현지 세관에서 제동이 걸렸다.
부품 가운데 일부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이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소니는 해당 부품을 모두 교체해야 했고 2천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인도 남서부 케랄라주에 위치한 코카콜라 공장은 2004년 초 주변의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주 정부로부터 생산판매 중단 명령을 받게 된다.
2006년 9월 법원의 철회명령이 내려지기까지 모든 영업이 중단됐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코카콜라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승필 기자> 이처럼 기업이 환경 또는 사회적인 위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큰 손실을 보는 것은 하루 이틀의 얘기가 아닙니다. 요즘엔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또 다른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제표준화기구, ISO는 최근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26000을 제정해 등록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여기엔 환경오염 방지 등 환경문제 관련 조항에서부터 아동노동 근절 등에 관한 내용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포괄적인 기준이 제시돼 있다.
ISO26000이 기존 표준과 달리 인증용은 아닌 까닭에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역 상대국에서 요구할 경우엔 사실상 강제력을 가질 수 있다. 수출비중이 큰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인터뷰> 노한균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분명히 ISO26000은 인증용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존에 있었던 사회적 책임논의를 다 모아놨고 그것을 요구하는 거래업체가 있거나 시민단체, 기타 국가기관이 있을 때는 증명을 요구하는 어떤 방식의 강제성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기업의 생산공장이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면서 지구온난화가 빨라지고 일부 기업의 탐욕이 멜라민 파동과 같은 먹을거리 대란을 불러왔다. 그런가 하면 한 나라의 금융업계에 퍼진 도덕적 해이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기업의 윤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가 됐다. 재무제표만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도 투자자도 그리고 교역 상대국도 더 이상 비윤리적인 기업을 원하지 않는다. 이제 사회책임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장 효과적인 생존전략이다.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살고 있는 주부 양선빈 씨. 양 씨는 한 달에 두 번 각종 생활용품을 사기 위해 마트를 찾는다. 진열대는 각종 제품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지만 양 씨의 눈길을 끄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친환경 활동에 적극적인 한 회사의 제품이다. 멜라민과 석면탈크 파동 등을 거치면서 요즘엔 믿음이 가는 회사의 제품를 먼저 찾게 된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쓰는 물건을 고를 땐 더욱 더 그렇다.
<인터뷰> 양선빈/강서구 화곡동
“아이들이 쓰는 건데 아무거나 사용할 수 없잖아요. 이 회사 자체가 좋은 활동도 많이 하고 그러니까 믿음이 가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다시 구매를 하게 돼요.”
근래 들어 양 씨처럼 품질 뿐 아니라 그것을 만드는 기업을 보고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친환경 제품이나 친환경 이미지가 강한 기업들의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녹색소비자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인터뷰>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 기획처장
“기업의 친환경 활동이나 환경을 고려한 제품의 생산, 시스템의 구축 등은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환경에 좋을 뿐만 아니라 그런 제품들은 좀 더 안전하고 보다 더 사람에게 건강한 제품들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런 기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소비자에 대해서도 사회적인 책임을 다 하려는 노력들을,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활동들을 하기 때문에 친환경 상품의 생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이 더 소비자들에게 좋은 기업이고 더 사회적 역할을 다 하는 기업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녹색소비자가 늘면서 이 기업은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7월 유아용 스킨케어 시장에 첫 진출했고 소비자들이 유아용품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는 통념을 깨고 1년 반 만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인터뷰> 손승우 유한킴벌리 부장
“오랜 기간 기울인 제품개발 노력도 있었지만 그 외에도 자연친화적인 기업이미지가 굉장히 크게 어필한 것 같다. 특히 요즘 유아용품에서는 자연친화적인 제품이나 웰빙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여기에 어필했고 그런 제품으로 출시한 그린핑거가 크게 성공한 것으로 생각한다.”
친환경활동을 펼쳐 온 기업의 성공이 의미 있는 이유는 아직 한국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제 몸 추스르기에도 벅찬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사회공헌활동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 "사회공헌활동 더 부각된다"
지난해 9월. 세계 자본의 심장인 뉴욕은 9.11 테러 때만큼이나 강한 쇼크에 빠진다. 리먼브라더스와 AIG, 메릴린치 등 세계 자본을 움직이는 미국의 얼굴이 동시에 무너지면서 세계경제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환율은 크게 올랐고 주가는 연일 폭락했다. 제2의 IMF가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사회에 팽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 평소 여유 자금을 바탕으로 이뤄졌던 사회공헌활동도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이는 시대착오적인 대응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금 겪고 있는 전세계적인 위기가 미국 금융업계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만큼 이번 일로 기업의 도덕적 책무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높아질 거란 얘기다.
<인터뷰>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용평가회사들이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 했고 거기에 투자회사들이 회사가 망할 정도의 많은 보너스를 받으면서 도리어 단기 업적주의를 취하고 많은 위험을 취하면서 영업을 했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성공하는 기업 중에는 불황기에 공격적인 투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곳이 적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모두 주춤하는 사이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역발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 자본도 사회적 책임을 선호한다
아직도 한국에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단지 이미지 관리용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대다수다. 하지만 기업이 사회공헌활동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누리는 이익은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제적인 효용. 앞으로는 사회책임활동에 충실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져 이들 기업들은 자금조달에서도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사회책임이란 사회공헌활동 뿐 아니라 건전한 지배구조와 노사관계 등 기업이 져야할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더 넓은 개념.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을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낸 뒤 이를 바탕으로 금융상품을 만들어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인터뷰>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
"사회책임투자지수라고 얘기하는데 거기에 편입이 되면 그 지수를 가지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든다. ETF(상장지수펀드)라든지.. 그러니까 SRI ETF(사회책임투자지수 펀드)가 막 나올 거다. 여기에 편입되는 회사들은 그 펀드를 통해서 자동적으로 투자가 되니까 주가가 그만큼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말은 바로 이들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준다는 얘기.
과연 그런 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자산운용사를 찾았다.
이곳은 지난 2007년부터 사회책임활동이 우수한 기업을 추려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 펀드를 운용해 왔다.
지난해 증시가 워낙 좋지 않았던 탓에 이곳의 사회책임투자 펀드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하진 못했지만 2008년 1년 동안 코스피보다 12%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인터뷰> 백재열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들이 전통적인 영업이나 재무리스크 뿐 아니라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도 다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이익성장성이 높고 결국 주가수익률로 나타난다는 것이 이론이나 경험으로 다 검증된 것이다. 그런 검증된 펀드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수익률 측면은 최근 1년 기준으로 12.8% 정도로 시장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결국은 지속가능성 높은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미국과 유럽 등 금융선진국에선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이미 보편화 돼 있다. 전세계적으로 펀드 규모가 약 3천조 원에 육박한다.
미국에서 지난 1984년 사회책임투자를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투자액이 400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금액은 1995년 6천390억 달러, 2005년엔 2조2천900 달러로 급증한다. 전체 펀드 10곳 중 1곳은 사회책임투자 펀드인 셈이다.
유럽의 경우도 2003년엔 3천360억 유로에 불과했지만 2년 만에 1조1천380억 유로로 세 배 넘게 급증했다. 전체 펀드의 10~15%가 사회책임투자 펀드다.
이에 반해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올해 3월 기준으로 국내 사회책임투자 펀드 규모는 1조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견조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경제에 전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각국의 사회책임투자 자본이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미국의 금융정보 제공기관인 다우존스가 국내 사회책임투자 시장진출에 나선다.
다우존스는 한국생산성본부와 독점계약을 통해 올해 10월께 국내 기업의 재무정보 뿐 아니라 경제와 환경, 사회적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지속가능경영지수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외 자본의 국내 기업 투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상위 2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가 진행중이다.
<인터뷰> 존 프레스보 다우존스 인덱스 대표
"유럽이나 캐나다, 미국에선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펀드가 많다. 한국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물밀 듯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사회책임투자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에서도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하반기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아우르는 사회책임투자 지수를 도입한다.
현재 지수선정 기준을 연구 중이며 이 작업이 완료되면 수익률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지수에 편입되는 기업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이 가장 확실한 투자유지전략으로 통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 사회적 책임, 무역장벽 될 수도
지난 2001년 말. 일본의 소니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네덜란드에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를 내놓았다. 하지만 현지 세관에서 제동이 걸렸다.
부품 가운데 일부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이 허용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소니는 해당 부품을 모두 교체해야 했고 2천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인도 남서부 케랄라주에 위치한 코카콜라 공장은 2004년 초 주변의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켰다는 이유로 주 정부로부터 생산판매 중단 명령을 받게 된다.
2006년 9월 법원의 철회명령이 내려지기까지 모든 영업이 중단됐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코카콜라의 몫으로 돌아갔다.
<이승필 기자> 이처럼 기업이 환경 또는 사회적인 위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큰 손실을 보는 것은 하루 이틀의 얘기가 아닙니다. 요즘엔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또 다른 무역장벽이 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제표준화기구, ISO는 최근 기업의 사회책임활동에 대한 국제표준인 ISO26000을 제정해 등록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여기엔 환경오염 방지 등 환경문제 관련 조항에서부터 아동노동 근절 등에 관한 내용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포괄적인 기준이 제시돼 있다.
ISO26000이 기존 표준과 달리 인증용은 아닌 까닭에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역 상대국에서 요구할 경우엔 사실상 강제력을 가질 수 있다. 수출비중이 큰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인터뷰> 노한균 국민대 경영대학 교수
“분명히 ISO26000은 인증용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존에 있었던 사회적 책임논의를 다 모아놨고 그것을 요구하는 거래업체가 있거나 시민단체, 기타 국가기관이 있을 때는 증명을 요구하는 어떤 방식의 강제성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기업의 생산공장이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면서 지구온난화가 빨라지고 일부 기업의 탐욕이 멜라민 파동과 같은 먹을거리 대란을 불러왔다. 그런가 하면 한 나라의 금융업계에 퍼진 도덕적 해이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기업의 윤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가 됐다. 재무제표만으로 기업을 평가하는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도 투자자도 그리고 교역 상대국도 더 이상 비윤리적인 기업을 원하지 않는다. 이제 사회책임활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가장 효과적인 생존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