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내시경전도사 강윤식 박사의 ‘장 칼럼’-7

입력 2009-08-0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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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대장내시경검사를 할 때마다 대장용종이 발견되는 분들이 계시다. 물론 발견된 용종은 그때마다 다 절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당사자에겐 참 짜증이 날 법도 하다. 자신은 술 담배를 전혀 안 하고, 식사도 고기는 거의 안 먹고 주로 채식으로만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항변하듯이 말씀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 습관에 대한 많은 권고사항들이 넘쳐난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 권고사항들은 건강을 위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건강생활법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다. 평소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는 분들은 자신감이 넘친 나머지 정기검진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건강은 평소 건강생활법에 따라 잘 지키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가지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으시라고 말씀 드리면, 본인은 평소 술 담배도 전혀 안 하며, 육식도 즐기지 않고, 대신 야채와 과일을 즐겨 먹기 때문에 대장에는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잘못된 건강 상식까지 더하여 지면 참으로 난공불락이다. 즉, 소화도 잘되고 변도 황금색으로 굵고 시원하게 보고 있는 것을 보면 자신의 장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게 확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분일수록 용종이 발견됐을 때 잘 납득을 하지 못한다. 평소 그렇게 신경을 쓰고 사는데 왜 자꾸 용종이 생기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평소 건강을 챙기고, 건강에 자신만만하던 분들이 어느 날 갑자기 큰 병을 발견하고 드러눕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 중에도 평소 점심은 집에서 싸온 과일과 야채 도시락만 드시던 분이 계셨다. 그런데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어느 날 갑자기 심장마비로 아까운 연세에 세상을 뜨고 마셨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길까? 첫째는 성인병이나 암들은 체질적인 영향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건강한 생활 습관에 따라 생활을 한다고 해도 체질적인 경향성을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둘째,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에 의존하는 건강 상식은 부정확한 때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 의술이 발전하지 못하고 좋은 검사법들이 개발되지 못했던 시절엔 부정확한 건강 상식이나마 나름대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의술이 발전한 시대에 아직도 건강상식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극히 잘못된 생활태도이다.

따라서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다. 평소에 아무리 건강에 신경을 쓰더라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엔 못 미친다는 것이다.



내시경검사 때마다 대장용종이 발견되는 분들도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잘 생각해보면 뭐 그리 답답해할 일도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용종의 발생을 예방하는 게 아니라 대장암을 예방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남들 한번 할 때 한번 더 검사를 받겠다는 편한 마음만 가지면 된다. 검사를 좀더 자주 받는 게 번거로울 수는 있지만 사실은 더 안전하다. 사실 대장내시경검사를 했어도 발견하지 못한 용종들이 10-20% 정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고 나면 용종이 발견되는 것은 오히려 신나는 일이다. 용종을 하나 잘라낼 때마다 대장암을 하나 예방하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실하게 암을 예방한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용종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효과도 크지 않은 강박적인 생활 습관을 갖기 보다는 평소 마음 편하게 사시다가, 때가 될 때 검사를 받으시는 게 참 지혜다.

(도움말=기쁨병원 강윤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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