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훈 기자의 뷰파인더] 이지송 LH 사장의 고민

입력 2009-10-0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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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으로 부채 86조원(금융부채 55조원)이라는 숫자 하나가 저에게 주는 무게감은 태산과도 같습니다. 저는 그 숫자 하나로 잠이 안 오는 날이 많습니다."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사장이 지난 1일 취임사에서 밝힌 말이다.

이 사장의 깊은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루 이자만 150억원에 달하니 경영자의 입장에서 걱정이 안될 수 없다.

지난달 사장 내정자 당시 최재덕 주택공사 사장과 이종상 토지공사 사장에게 퇴임 전까지 자금 확보에 최대한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또 한 회계법인에서 나온 재무구조진단에 따르면 2014년 금융부채가 약 144조원이 되고 일반부채는 200조원이 넘는다.

이에 이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빚이 끝없이 늘어나고 자금조달이 어렵게 돼 사업에 차질을 빚게 된다면 우리가 서 있을 자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게 된다"며 새로운 각오를 주문했다.

이어 "앞으로 ''투자-회수-이익''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이윤창출과 재무관리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수익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구상이다.

특히 "힐스테이트, 래미안, 자이, e편한세상은 부자들이 살고 휴먼시아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것으로 낙인 찍힌 것을 바꾸겠다"며 "직원들을 주요 민간기업에 보내 배워오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직원들에게 민간에 버금가는 강력한 경쟁력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LH는 공익을 위해 정부 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공익성은 LH의 존재 의미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LH 출범식에 참석해 "통합공사는 민간과 경쟁할 필요없이 스스로 경쟁해야 한다"며 "이윤이 별로 남지 않아 민간에서 꺼리는 일을 보완해 돈 없는 서민들도 내 집을 갖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성과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만 하는 이 사장의 고민이 더 깊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있을까?

원가관리를 생활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재고자산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론 부족하다.

진취적인 도전정신으로 공익을 기저에 두고 미래일감을 확보해 나아가야 한다.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녹색성장과 해외신도시 사업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산적한 부채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녹색성장 사업을 위해선 신규 투자가 필요하고 재무가 안정돼야 해외진출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안정 없이 기업안정이 있을 수 없다는 이 사장의 취임 일성이 다시금 떠오른다.

어쩌면 이 사장과 임직원들은 불가능한 일을 맡은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지송 사장''이기에 기대해 본다.

이 사장은 지난 2003년 침몰직전의 현대건설 경영에 복귀해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건설명가로 재건한 경험이 있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라크 미수채권을 워싱톤, 파리, 런던 등을 쫓아 다니며 수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 회수한 불굴의 의지도 갖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주공, 토공 출신이란 소속의식을 버리고 하나로 뭉쳐 올바른 방향으로 진군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공기업 선진화의 성공사례로 만들겠다는 ''이지송 사장''의 약속과 혜안을 기대 어린 시선으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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