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이후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가 폭등세를 보이면서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약세를 보이던 엔화는 유럽 재정위기가 발발한 이후 급등세를 보였다.
유로화가 급락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연초 원.엔 환율은 100엔당 1,230원 정도였지만, 4월초엔 1,190원까지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자 엔화는 빠른 속도로 평가 절상됐고, 지난 25일에는 1,417원까지 치솟았다.
한달이 조금 넘는 기간에 19%나 환율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15%에 달하는 급등세를 보인 달러화보다도 더 큰 상승폭을 기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엔화대출을 받은 국내기업의 경우 매달 내야 하는 원화 이자부담이 크게 늘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1,200원 수준이었던 연초 1억엔의 대출을 받은 기업은 월 300만원의 이자(3% 금리 가정)를 내면 됐지만, 100엔당 1,400원 수준으로 환율이 뛸 경우엔 월 350만원으로 50만원의 이자가 추가로 소요된다.
4월말 현재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외환은행 등 6개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9천37억엔인 것으로 집계됐다.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 전체적으로 매달 45억2천만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엔화대출 평균금리가 6%까지 올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업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늘어났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엔화 급등세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최근 엔화의 급등으로 엔화대출을 받은 중소기업들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엔화 급등세가 지속될경우 엔화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도 엔화대출을 받은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엔화대출 등 외화대출을 기업들에 대해 최근 환율 급변동에 따른 환리스크 관리 방법 등을 설명하는 안내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외화대출 기업에 대해 매달 안내문을 통해 환율변동 상황을 고지하고 있지만, 최근 엔화 환율이 급등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추가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6일 각 영업점에 엔화대출을 포함한 외화여신에 대해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외화표시대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환율 상승이 일시적인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지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